(13)곗날|몰상식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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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합부인(합부인)은 이른 아침부터 어수선했다. 고무신을 닦게하고, 그부인은 화장대와 마주 앉은지 두시간이 넘는다. 그래도 공사는 아직 멀었나보다. 방안에 온통 어지른 웃가지들.이것을 입었다가 던지고, 저것을 입았다가 던진다.
맵시보다 중요한것은 지난달, 아니 그 지난달, 하옇든 어느달이든 27일엔 입지않았던 옷을 가려내자니 힘이든다. 짜증스럽기까지하다.『새 옷을 마련해야겠군 가을도 되고…』합부인은 혼자 그런 생각을하며 짜증을 누른다. 이제 남은일은 패물착용이다. 손가락마다 금붙이로 호사를 시키는 것이다. 일로(일로)미장원으로-.
공작부인의 행차다. 어제의 청소부차림은 간데없고 오늘은 공작부인이다. 방금 무도회가 시작될모양이다.
그날은 실로 무도회의 날이다. 모든것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구가의 날이다. 십여명의 부인들은 대층 점호를 끝내고 계(계)를 벌인다. 현금 수수(수수)가 진행된다.
이날만은 여성의 숙원(숙원)인 돈으로부터의 해방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또하나의 보람은 여흥에도 있다. 과장이 허용되는 자가(자가) 선전, 아니 비방과 성토와「패션·쇼」와 패물「쇼」와 자기「쇼」와…. 다채로운 행사가 그칠줄모른다. 질시와 수모(수모)와 아니꼬움이 교차되기도하지만 그들에겐 어느구석엔가 쾌감마저 동반하는 현장이다. 스스로 질시의 대상이되고 언젠가는 그런입장에 바뀌어 설수도 있으리라는 선망이 오고간다.「남편계정」(계정)과「아내계정」따로 있다.「안내계정」이 월씬 남편의 그것을 압도한다. 그만큼 아내는 가정의 지위와 발언권을 방어한다.「계」의 위력이다. 남편은 그위력에 매달려 진땀을 흘린다.
정작 진풍경은 그 내막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계(계) 장은 바로 사교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권도 이자리에서 신장되고 남편의 처세도 이자리에서 뒷받침 된다.
모든 사회생활은「계」「라인」에따라 재정비 되는것도 뭍론이다. 뜻하지 않은「그룹」의 유대때문에 우정(우정)이 퇴색하는 결과도 없지않다. 누구의 불행은 크게 과장되어 그들의값싼 동정거리가 되며 누구의 출세(남편의 출세를 뜻하지만)는 달콤한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계」모임은 우의를 돈독히하는 뜻도, 목돈을 만드는 뜻도 사실은 없다. 전연 그반대의뜻에 적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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