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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실홍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뭐가 그리 바쁘냐>
○…글을 쓴다는 몇 친구가모여「서클」의 친목도친목이지만 소재「헌팅」한다는 핑계로 대폿집을 우르르 몰려 다니던 머스마들과 가시나들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더 많은 글발이 날아 올 것이라 콱믿고 졸업하자마자 후딱 입대했건만 입대한지 십삼 개월이 지났어도 그들에게선 글 한줄 올 줄 모르고 있다.
○…하기야 파월이후 위문문이고, 위문품이고 뭉땅 월남으로만 가는것같은 지금에 있어,나에게 오는 편지도 그리로갔나보다하는 엉뚱한 착각의 이해로서 체념하고 말지만 여하튼 파월이후로는 전방에 있는 병사들이 위문문을 받아 보기란 휴가 한번 가기만큼 힘이 든다.
○…오늘도 일과시간이 끝난뒤 과원들끼리 몇십원씩 갹출해서 보는 몇장의 신문에서 발탁해낸「펜팔」의 주소에다 제각기 심혈을 기울여 편지들을 쓰고있다.
그들과같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것은 내 대화의 빈약보다도 얼마 만큼이나 그런곳에 진실성이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포기하고 만것이 여러달이었다.
그런중에 오래간만에 편지가 왔기에 와락 뜯어 보니,『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쁘냐! 편지 한장 안띄우게…』 어머님의편지였다.

<한수봉·남·23·군우151-91제7538부대 작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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