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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금융산업 미래 청사진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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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서울 여의도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외감을 피력했다. 한 증권사 CEO는 “박 대통령이 아예 금융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가.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선 때나 이번 인수위 과정에서 금융 산업에 대한 비전이나 포부를 제시한 적이 거의 없다. 정부가 출범할 때 흔히 내거는 금융의 세계화나 동아시아 금융허브 같은 거창한 구호는 사라졌다. 구체적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보면 금융인의 걱정에 공감이 간다. 금융 부문은 규제와 감독 일변도다. ‘금융서비스의 공정 경쟁’이라는 페이지를 들춰보니 ‘유사보험 규제 확대’ ‘펀드 투자자 보호’ ‘우체국예금 혜택 박탈’ 등이 열거돼 있다. 심지어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항목에서도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 등 규제 위주의 방안이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데 어찌 토를 달 수 있을까. 그럼에도 앞으로 5년간 금융 산업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해 별다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금융을 실물경제의 보조 수단으로만 봤던 1970∼8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시대는 흘러 수출 증대와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대를 지나 금융이 실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자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했는데도 말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최근 상황은 심각하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5년 전과 비교할 때 3분의 1토막이 났다. 업계가 학수고대하는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진척을 못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 부흥’이란 화두를 던지며 그 수단으로 정보기술(IT)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경제 부흥은 IT 같은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이란 또 다른 날개가 잘 작동해야 힘을 받는다. 대선 전날 한국거래소를 찾아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그의 말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