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난 조커” 노경은·박희수는 ‘마당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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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승엽은 조커다. 투수 노경은과 박희수는 노예다. 이들이 잘 해줘야 한국이 산다.

 이승엽(37·삼성)은 25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난 조커(대타)”라고 말했다. 류중일(50)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이승엽의 3번타자 기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자세를 낮춘 것이다. 이승엽은 “내가 대타요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대호(31·일본 오릭스)와 김태균(31·한화)이 잘 해주고 있으니 난 벤치에 있는 것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이 라인업 구상을 밝히며 미소 짓고 있다. 류 감독은 “왼손 투수가 나오면 이승엽을 선발에서 빼야 할 것 같은데 컨디션이 너무 좋아 아깝다”며 입맛을 다셨다. [도류(대만)=김민규 기자]

 이승엽은 NC와의 네 차례 평가전에서 15타수 5안타(타율 0.333)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국제대회 때마다 강렬한 홈런포를 터뜨린 이승엽의 존재감은 전성기를 맞은 이대호·김태균 못지않다. 류 감독은 “셋 중 하나는 1루수, 하나는 지명타자로 쓸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을 대타요원으로 빼야 하는데 그건 너무 아깝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승엽은 자신의 몫을 축소했지만 팀 목표를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을 넣었다. 그는 “WBC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4강)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파크에 가고 싶다. (메이저리그 통산 762홈런을 때린) 배리 본즈가 섰던 타석에 설 것”이라고 소망을 덧붙이기도 했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베테랑 이승엽이 자신을 ‘조커’로 낮추면서 류 감독이 타순을 짜기 한결 편해졌다. 류 감독은 “상대가 왼손 투수를 내면 왼손 타자인 이승엽이 빠지고, 오른손 투수가 나오면 이승엽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노경은

류 감독은 1·2번에 발 빠른 이용규(28·KIA)와 정근우(30·SK)를 이미 낙점했다. 3번에 이승엽 또는 김태균, 4번에 김태균 또는 이대호를 배치할 예정이다. 누가 됐던 4번타자가 오른손이기 때문에 5번에는 왼손 김현수(25·두산)가 나선다.

 마운드의 키워드는 노예다. 정현욱(35·삼성)이 2회 WBC에서 전천후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국민 노예’라는 애칭을 얻었던 것처럼 제2의 노예가 나오면 마운드 운영이 한결 편해진다. 류 감독은 “노경은(29·두산)과 박희수(30·SK)가 단연 ‘국민 노예’ 후보”라며 웃었다. 이어 “노경은과 박희수의 컨디션이 좋다. 선발 투수에 이어 두 투수가 큰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류구장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1라운드(3월 2~5일) 경기가 열리는 타이중으로 이동한다. 류 감독은 “3월 2일 네덜란드전 라인업이 베스트다. 이후에도 라인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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