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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이전 터 개발 ‘우왕좌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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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시 산격동의 경북도청 모습. [사진 경북도]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경북도청 자리는 대구 도심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신천 옆 고지대에 위치한 데다 대구의 남쪽을 굽어보는 형세여서 ‘명당’으로 불린다. 14만3000㎡의 부지에는 경북도청·경북도의회·경북도경찰청·경북도교육청·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경북도소방본부 등이 들어서 있다. 경북의 행정기관이 모인 행정타운이다. 요즘 이곳이 주목받고 있다. 내년 6월이면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의 새 청사로 이전하고 빈터로 남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상훈(46)씨는 “잘못 개발할 경우 인적이 끊겨 흉물이 될 수 있다”며 “도청이 있을 때보다 활기찬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의 개발 방향이 계속 바뀌는 등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가 이미 연구기관에 맡겨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도 다시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기기로 해서다.

 시는 새 도청 청사가 착공되면서 현 청사 터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맡겼다. 연구원은 2011년 12월 용역 결과를 통해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첫째는 국립인류사박물관 등 공공기관 유치를, 둘째는 문화시설 건립을, 마지막으로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산업·교육시설 건립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국립세계사교육테마파크·국립산업기술박물관·국립어린이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시는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새누리당이 마련한 공약과 비슷한 데다 관람객의 확보에 도움이 되는 교육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유치할 시설이 “지역의 경쟁력 제고와 별 관계가 없다”는 의견에서 “어떤 성격의 시설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시의회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원구 의원은 “경북도청 터는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도청 이전이 결정된 지 5년이 넘도록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결정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립어린이박물관 건립 구상은 연간 70만 명이 찾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어린이박물관만 보고 활용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 상반기에 개발 방안 마련 용역을 다시 하기로 했다. 국책연구기관을 선정해 객관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손동민 문화기반조성담당은 “도청 터에 무엇이 들어서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고려해 지역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는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법 개정을 통해 이전 터의 매입과 개발을 국가가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땅 매입과 시설 건립에 1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구 의원은 “전문기관의 연구와 각계 전문가의 의견, 시민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 개발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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