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호회 만들어 주식시세 조종

중앙일보

입력

의사.대기업 직원.전업 투자자 등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주식투자 동호회를 만들어 주식시세를 조종(작전)해오다 적발됐다. 그동안 작전 세력에 증권사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던 점과 다른 형태다.

금융감독원은 인터넷 채팅방에서 알게 된 주식투자 동호인 高모(29.무직)씨 등 5명이 서로 짜고 거래량이 적은 우선주를 시세 조종해온 것을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28일 밝혔다.

주식투자 초보자인 高씨는 지난해 말 인터넷 채팅방에서 주식 관련 대화를 나누다가 姜모(47.의사).文모(36.대기업 직원).金모(31.무직)씨 등 4명과 함께 주식투자동호회를 만들었다. 이때 또다른 文씨(41.전업 투자자)가 유통 물량이 적은 D사 우선주를 소개하며 작전을 권했고 高씨는 친인척에게서 4억5천만원을 빌려 작전에 참여했다.

동호회 리더격인 전업 투자자 文씨는 동호인들에게 계속 대량 허수(虛數)주문 등을 지시하다가 동호회에서 빠졌으며 나머지 네명이 작전을 계속했다.

의사 姜씨는 작전종목이 허수주문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작전에서 빠져나와 슬쩍 팔아치웠다. 姜씨의 시세차익은 3억원이었다. 高씨 등 다른 회원들은 화를 내며 서로 다퉜다. 姜씨의 주식매각으로 주가가 다시 급락해 高씨는 2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주가조작 혐의가 짙은 이들을 개별적으로 조사하다가 같은 투자동호회 회원이란 점을 알았고, 이들이 서로 싸우는 바람에 혐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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