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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다보니] 찰스 드 푸코 리츠칼튼 호텔 총지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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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한국에 온 지 이제 9개월이 됐다.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인지 생소한 한국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일은 어느새 생활의 큰 즐거움이 됐다. 물론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한국 사람들로 인해 이곳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내가 일주일에 서너번은 꼭 한국 음식을 먹는 습관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내가 접한 한국 사람들의 첫인상은 차갑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개성이 부족하고 조금 무뚝뚝하게도 보인다.

좋아하는 옷차림과 음악, 심지어 취미 생활도 모두 비슷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직장인 호텔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인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알게 된 많은 한국인 덕분에 모두 사라졌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모터사이클을 타고 즐기는 한강의 정취는 정말로 아름답다.

지난 가을, 추석 연휴 때 '애마'인 할리데이브슨 오토바이를 타고 춘천을 여행할 때였다.

마침 연휴라서 도로는 차량들로 꽉 막혀 있었는데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나를 보며 한국 사람들은 반갑게 환호를 보내줬다. 나 역시 즐겁고 약간은 들뜬 기분에 헬멧을 벗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금세 이곳 저곳에서 '웰컴 투 코리아'라는 인사가 돌아왔다. 영어 등 외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한결같이 나와 내 동료 외국인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 가족들이 탄 차량이 많았는데, 특히 아이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시키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나는 그 여행길에서 한국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을 보고 실감했다. 또 지독한 정체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인내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잠시 운전대를 놓고 바깥 바람을 쐬던 미스터 김(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을 만난 것도 그 때였다.

그는 내가 가진 지도를 보며 친절하고 쉽게 내 행선지를 알려줬다. 춘천가는 길의 절경과 맛있는 집들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정말 따뜻하고 친절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혹시 길을 잃거나 영어가 안돼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달라'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남기는 것이 아닌가. 얼마 있으면 설날이 다가온다.

날씨가 따뜻하고 빙판이 없다면, 나는 가까운 지방도로를 달리며 또 한번 이 깊고 따뜻한 '가족애(家族愛)의 행렬'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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