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경영학] 홀의 CEO가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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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회사 내에서 당신 이름 뒤에 붙는 직함은 무엇인가. 대리.과장.부장.이사….

어떤 직함이든 상관 없다. 당신은 언제든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오늘이라도 당장 CEO 취임이 가능하다. 조건은 단 하나. CEO의 입장에서 경영하면 된다.

물론 경영하는 대상은 골프다. 약속한다. 만약 당신이 CEO로서 골프를 경영한다면, CEO의 관점에서 골프를 친다면, 라운드당 5타는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오른 당신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그 홀의 CEO다. 잔소리 하는 상사도 없고, 윗사람의 결제를 받을 필요도 없다.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 샷을 날린다.

당신은 버디와 같은 엄청난 순익을 낼 수도 있고, 트리플 보기와 같은 치명적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 홀의 경영은 1백%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샷을 잘못하면 당신 회사는 망한다. 그러면 어떻게 샷을 해야 할까.

그 홀 경영을 부실하게 해 트리플보기를 범하는 것이 부도를 내는 것과 같다면 당신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샷을 해야 할까. 만약 그 홀 왼쪽이 OB라면 절대 당신은 그쪽을 향해 샷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양쪽이 모두 OB라면 차라리 피칭웨지로 티샷을 할지도 모른다. 왜냐고. 티샷부터 미스를 하면 부도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CEO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기업을 회생불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결국 당신이 CEO라면 티샷부터 이익을 생각하게 된다. 설사 이익은 못내더라도 회사가 완전히 망할 가능성이 작은 샷을 연구하게 된다.

두번째 샷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그린을 바라보면 저절로 '어떻게 쳐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그린 주변에 벙커나 워터해저드 등 트러블이 없다면 당신은 아주 적극적으로 버디라는 '순익'을 노리며 샷을 할 것이다. 반면 그린 주변에 모래 벙커가 있고 당신이 벙커샷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전략적으로 벙커를 피해 공을 날릴 것이다.

퍼팅도 별로 다를 게 없다. 5m 버디 찬스를 잡았을 때 당신이 CEO라면 처절할 정도로 그 퍼팅을 넣으려 심사숙고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같은 버디 찬스가 기업 도약을 위한 절체절명의 찬스임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CEO가 아니라면. CEO가 아니라면 '들어 갔으면 좋겠다'정도의 소극적 바람에 그칠지 모른다. CEO가 아니라면 어떤 샷이든 '절박함'을 가지고 스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장에 나갈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 CEO에 취임하라.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스코어는 좋아질 것이고, 골프 매너나 동반자에 대한 배려 등 모든 것이 '최고 수준'으로 변할 것이다.

김흥구 (www.GOLFSKY.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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