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는 3인] 前과기장관 최형섭 박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과학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것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과학자들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때만이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7년6개월이라는 최장수 과기처장관을 지낸 최형섭(83.사진)박사. 과학기술자 명예의 전당에 첫 헌정될 예정인 현존 인물 3명 중 한명이다. 과학자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면 이공계 기피도, 국가경쟁력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박사는 현존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두 곳에 개인 기념 전시공간을 갖게 됐다. 그 중 하나는 200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마련된 10여평 규모의 최형섭기념전시실. 또 하나는 이번에 헌정될 명예의 전당이다.

KIST에 있는 기념전시실은 과학자로서, 과학행정가로서 탁월한 그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KIST에서 설치했다. 그러나 최박사는 그 기념관 개관식 때 "쑥스럽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과학자로서의 업적은 금속분야에서 돋보인다. 미국 금속학회가 부선법 출현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부유선광'의 한 장이 최박사의 연구 업적으로 채워졌다.

또 '알칼리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제련법을 개발하는 등 금속분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과학행정가로서는 초대 KIST원장과 70년대 최장기 과기처 장관을 맡아 한국의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이제 기초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산업기술을 견인해야 했던 KIST의 형태가 아닌 미국 국립보건원(NIH)식이어야 한국의 미래가 밝습니다." 선진국 기술 답습하기, 따라하기 등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눈 수술을 받아 책을 제대로 읽거나 쓰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고 그는 말했다.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