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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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이 신용카드회사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대구.동아 등 6개 대형 백화점은 지난 주말 LG.삼성.비씨.국민 등 4개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에 대한 입장을 내년 1월 4일까지 밝혀달라'는 문서를 보냈다. 백화점 6사는 인하폭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현재 2.5%인 수수료율을 할인점 수준인 1.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 달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을 내세워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는데 카드사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카드회사에 많은 매출을 일으켜주고 부실채권 발생률이 낮은 것을 고려할 때 현행 수수료율은 너무 높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카드결제 거부 등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백화점에 적용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손익분기점 수준이라서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할인점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하지만 할인점보다 백화점의 카드 연체율과 사고율이 높다"며 "백화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추면 백화점에서 카드 매출이 있어날 때마다 카드사는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를 내릴 경우 백화점 이익만 커질 뿐이지,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없다"며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2월에도 롯데.현대백화점 등은 비씨카드만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 공세에 나서 한때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를 한 끝에 전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0.5%포인트 끌어내린 적이 있다.

차진용.김준현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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