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친선 라운드조차 양보 안 하는 승부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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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호 16면

류중일(50·사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류 감독에게도 ‘뜨거운’ 승부사 기질이 있다. 그는 “내기를 할 때는 마누라도, 아들도 안 봐준다”고 말한다. 핸디 8의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친선 라운드에서도 조금도 양보하는 법이 없다. 허허 웃다가도 승부가 시작되면 딴판이 된다.

WBC 대표팀 감독 류중일

감독 데뷔 2년 만에 그는 국가대표 사령탑까지 맡게 됐다. 책임감만큼의 부담감이 있다. 류 감독의 승부욕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류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 열흘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힘들 텐데도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면서 “지금의 고된 훈련이 본선에 가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그는 “아직 마운드 운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평가전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 선발로 기용하겠다.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2일 네덜란드와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 뒤 4일 호주, 5일 대만을 상대한다. 조 2위까지 2라운드 진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2승1패만 해도 2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류 감독의 계획은 더 빡빡하다. 그는 “주위에서 네덜란드와 호주를 이기면 대만과의 1라운드 B조 마지막 경기는 편하게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경기를 편하게 하는 게 어디 있는가”라면서 “모든 경기에선 이겨야 한다. 무조건 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겠다. 1라운드 목표는 3전 전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 19일 신생 구단 NC와 가진 첫 평가전에서 0-1 패배를 당했다. 마운드는 제 몫을 다했지만 타선이 침묵해 예상 밖의 결과를 냈다. 류 감독은 이튿날인 20일 다시 열린 NC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그는 왼 어깨 부상으로 전날 대타로만 나섰던 이용규(28·KIA)를 톱타자로 투입했다. 류 감독은 “공격의 물꼬를 틀 선수가 필요하다. 이용규의 타격감이 괜찮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평가전이라도 연패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대표팀은 이날 평가전에서 6-2로 이겼다.

첫승을 거두고도 류 감독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투수들 대부분이 좋은 기량을 보였다. 소속 팀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 앞으로 구속만 더 높이면 본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타선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류 감독은 “타자들의 타격감은 전체적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승엽·이대호·김태균으로 이뤄진) 중심타선은 아직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심타선에서 장타가 나와야 하는데 조금 아쉽다. 남은 훈련기간 동안 중심타자들이 컨디션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초반부터 류 감독은 작은 빈 틈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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