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영 서호시장서 만난 복지느러미 예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경남 통영으로 겨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지를 통영으로 정한 것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물메기탕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곰치라고 부르는 물메기는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통영의 유명한 계절 별미입니다. 흐물흐물한 살과 함께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 경기도 일산에서 통영까지 다섯 시간 운전의 피로도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배를 채우고 나서 식당 근처 서호시장을 둘러봤습니다. 북적거리는 건어물 가게를 돌아 나오는데, 한 식당 창문에 붙어 있는 예쁜 문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선 지느러미를 잘라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휴가 중이었지만 취재 정신이 발동해 식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 공둘남(63)씨가 “3년 전에 빛이 많이 드는 쪽 창문에 뭔가를 꾸미려다 복어 지느러미를 물에 씻어 이리 저리 붙이다 보니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큰 지느러미는 황복이고, 작은 것은 졸복이라는 설명까지 해주었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 한 선배가 통영에 가면 복국을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휴가에는 복국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다음에 통영에 오면 꼭 이 집에서 시원한 복국을 먹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복국 맛도 기대되지만 다시 찾았을 때 이 ‘작품’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더 기대가 됩니다.

김성룡 사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