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마이크론 '빅딜협상' 막바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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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00660]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빅딜협상'이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달말로 잡아놓은 `협상시한'이 다가오면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직접 담판에 나선 미국 새너제이 2차협상 분위기는 긴박감이 흐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금주안으로 협상의 최종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경영진은 물론 채권단, 주주, 투자자, 정부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힌 이번 협상이 하이닉스의 운명을 결정할 어떤 `대형합의'를 끌어낼 것인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합병이냐, 인수냐 =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양사간 제휴카드는 일단 ▲합병(Merger) ▲인수(Acquisition)로 압축되고 있다. 마이크론측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스몰 딜(Small Deal)'에 관심없다는 입장을 천명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소수지분 인수나 감산공조,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 단순 전략적 제휴는 아예 논외가 됐다.

문제는 합병 또는 인수중 어떤 쪽으로 낙찰되느냐 하는 점. 그러나 두 방안 모두 본질적으로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수후 일정기간이 지나 합병수순을 밟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이해관계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커다란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 합병은 어려울 듯 = 일차적인 초점은 합병으로 양사가 `하나의 회사(One Company)'로 합치는 방식. 채권단으로서는 하이닉스 부실을 `깔끔히' 처리할 수 있고마이크론으로서는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볼수 있다.

일반적 합병전례로 볼 때 마이크론은 무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뒤액면병합 형태로 하이닉스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분석이다. 이 경우 지분인수 규모는 적어도 50%를 넘어선다. 그러나 합병에 따른 관련 법률과 절차가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문제다. 또 휴렛 팩커드와컴팩 합병사례에서 보듯이 합병효과도 의문시되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국가기간산업의 한 축인 국내 반도체공장을 단순하청기지화한다는 점에서 국민정서도우호적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일부 외신의 추측대로 합병후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인수가 유력시 = 따라서 정식 합병보다는 훨씬 절차가 간단한 `경영권을 넘겨받는' 수준의 대규모 지분인수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는합병보다는 다소 독립성을 띤 마이크론의 한국자회사의 성격을 갖는다. 마이크론으로서는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사실상 합병의 효과를 거두는데다 채권단도 채권회수에 불리할게 없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둘러싸고는 양사간 입장차가 크다는 점에서 협상이 결코 간단치 않다. 일단 지분인수 규모는 20∼30%선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마이크론이 지분 인수대금을 과연 어떻게 지급할 것이냐는 점. 대금으로는 현금과 마이크론 주식을 들 수 있지만 마이크론측은 현금지급을 한사코 거부하고 주식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현재 보유한 현금규모는 16억 달러로 현 경기여건으로 볼 때 그리 넉넉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9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인수할 때도 현금을 들이지 않았던 것으로알려져있다. 당장 현금확보가 관건인 하이닉스와는 이해가 상치하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지분맞교환(스와핑) 방식이 유력시되고 있다. 마이크론이 무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하고 양사의 주식 유통물량대로 비율을 정해 액면병합을 하는 형태로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최근 출자전환 이후 하이닉스의 주식물량은 20억주이상으로 마이크론(6억주)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따라 채권단이 현재 보유한하이닉스 지분 50% 가운데 20∼30%를 넘기고 대신 마이크론 주식 7∼8%를 교환하는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하이닉스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필요한 신규자금은 채권단이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분맞교환 방식이 채택되더라도 마이크론으로서는 추가로 요구사항을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으로서는 하이닉스의 현 부채규모(출자전환후 6조원)를 그대로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자회사가 되는 만큼 부채가 고스란히 마이크론의 재무에 반영돼 신용등급을낮추고 주가하락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채탕감을 요구하고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밖에 자산.부채 인수방식이나 유진공장 등 일부 공장(팹)만 인수하는 방안도제기되고 있지만 복잡한 담보설정 문제로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 연내 `원칙적 합의'할 듯 =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양사가 빅딜협상을 최종 마무리짓기 까지는 적어도 1-2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사가 지난 3일전략적 제휴추진을 공표하면서 "한달내 제휴추진 계속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이상어떤 형태로든 `원칙적 합의'를 발표하고 추후 협상을 계속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보인다.

이에따라 크리스마스(25일)를 넘긴 뒤 박종섭 사장이 귀국, 하이닉스구조특위에 보고하고 이를 추진하는 절차를 밟은 뒤 `원칙적 합의사항'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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