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분양권 전매자들, 가격 다시 신고 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회사원 김경민(45)씨는 아파트 분양권 양도소득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5월 분양받은 용인 수지 A아파트 분양권을 계약금 5천만원을 낸 직후 1억원에 팔았으나 7천만원에 판 것처럼 줄여 계약서를 만든 뒤 세금으로 7백만원(2년 미만 보유시 양도차익의 40%)을 냈다. 하지만 국세청의 세무점검 방침 이후 어찌할 바를 몰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세무점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6일 세무점검 방침이 발표된 이후 서울 강남권 세무사 사무실.부동산중개업소 등에는 양도소득세를 줄여 신고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청약인파가 몰렸던 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 전전긍긍 분양권 시장=강남구 역삼동 K세무사 사무실 관계자는 "하루 5~6건에 불과하던 양도세 관련 상담이 국세청 발표 직후부터 10~15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분양권 투자자들은 대부분 세무점검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판 분양권의 중도금이나 잔금 등을 받지 않은 경우 정상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등을 물어오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점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개업소뿐 아니라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도 팔 때를 대비해 실거래가로 계약서를 쓰자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세무점검.추징범위 어디까지=국세청은 지역이나 양도 시기에 관계없이 분양권 전반에 대해 세무점검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주부터 서울 강남 등 일부 중개업소의 분양권 거래내역을 가져가는 등 구체적인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달말까지 조사대상 선별 등 추가 자료 수집을 마친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세무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무점검 대상이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지역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무점검을 벌이는 데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추징 실적이 저조하면 실익은 별로 없고 분양권 시장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도곡동 S세무회계사무소 관계자는 "정상적인 세금 납부 유도와 추징실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상은 결국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199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양도분 중 프리미엄이 높은 곳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정신고 활용해 볼만=양도가액을 줄여 신고했다면 세금추징 이전에 다시 신고(수정신고)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올해 분양권을 판 사람은 확정신고기한(양도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5월말까지)인 내년 5월말까지 수정신고를 하면 신고불성실 가산세(세금의 10%)를 물지 않아도 된다.

또 아직 예정신고기한(양도일이 속하는 달 말일부터 2개월까지)이 지나지 않았다면 세금의 10%를 공제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양도세를 허위로 신고한 사람이 수정신고를 하면 신고불성실 가산세는 내지만 납부불성실 가산세(하루는 세금의 0.05%.연간은 세금의 18.25%)는 다소 줄일 수 있다.

1999년 12월 31일 이전에 양도세를 허위로 했다면 수정신고해도 혜택이 없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금추징고지서를 받은 뒤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세금이 제대로 매겨졌는지 확인하고, 아직 판 분양권의 중도금과 잔금을 받지 않았다면 미리 양도세를 따져봐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면서도 차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시기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hi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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