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예산] 11.7% 어디서 늘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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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11.7% 많은 팽창성 예산으로 결론났다. 법정기한(12월 2일)을 19일이나 넘기며 심의했는데, 국회에서 조정한 내역을 보면 민원성 사업이 많다.

한나라당은 당초 10조원 삭감을 주장하다가 민주당이 원하는 사업을 대부분 통과시켜주는 대신 자신들의 민원성 사업을 끼워넣었다.

국민의 부담은 내년에 더욱 커지게 생겼다.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잡았는데, 내년 경제성장률이 약 4%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사정에 비해 세금을 많이 거둘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에서 6천억원을 삭감해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선거를 앞두고 다른 예산을 줄여 민원성 사업을 늘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여야간 쟁점이었던 전남도청 이전(4백50억원)과 전주 신공항(1백73억원), 광주김치종합센터(63억원), 제주 정상의 집(30억원) 등이 민주당의 뜻대로 통과됐다. 남북협력기금만 5천억원 중 1백억원을 줄였다. 당초 한나라당은 1천억원 삭감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 대가로 부산남항대교(3백억원), 부산신항 배후도로(2백80억원) 사업을 따냈으며,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대전 예술의전당(50억원), 계백로 국도 4호선(1백억원)이 들어갔다.

논농업직불제 단가를 ㏊당 농업진흥지역은 50만원, 비진흥지역은 40만원으로 올림에 따라 1천2백15억원이 추가됐고, 유치원.초등교원 수당 인상(4백73억원), 경부고속철 2단계 사업비(7백50억원), 인천공항 배후도로 건설(1백73억원) 등도 증액됐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예산이 1조3천9백59억원이다. 대신 1조9천9백67억원을 줄였는데 그 내용도 썩 좋지 않다.

국공채.예보채 이자 7천억~8천억원과 농어민 부채이자 1천8백억원 등 1조원 가까운 이자를 줄였다.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이라지만 내년에 금리가 올라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자 예산은 나중에 남으면 다른 재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쌈짓돈인데, 미리 줄이는 바람에 정부의 운용 폭이 좁아지게 됐다. 정부는 올해도 이자에서 남은 돈을 2차 추가경정 예산의 재원으로 썼다.

내년에는 이마저 힘겨워져 경제가 어려울 경우 국채를 추가 발행해 추경을 짜야 할 형편이다.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2003년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멀어진다.

민자유치 사회간접자본 지원금도 1조1천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3천억원 줄였다. 민자유치로 추진 중인 대구~부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건설이 조금씩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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