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군·정 통합 외교사령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전방위 외교사령부가 만들어진다. 기존 외교부와 공산당 대외연락부로 이원화돼 있던 외교라인을 일원화한 헤드쿼터다. 다원화되는 외교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최근 북핵 문제와 영토분쟁 등 굵직한 국가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20일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외교총괄 조직은 외교부와 당, 군은 물론 국무원(행정부) 산하 대부분 부처의 대외 책임자들로 구성되며 상설 기구로 운영된다. 조직의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조직은 외교 현안이나 정책과 관련해 외교부와 당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각 부처 대표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그 결과를 국가 지도부는 물론 중앙외사공작 영도소조(조장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보고한다. 외사공작 영도소조는 당 중앙정치국 외사 관련 조직으로 국가 주요 현안 발생 시 최종 의사결정을 위해 소집되는 비상설 조직이다.

 외교소식통은 “다음 달 열리는 양회(兩會·국회 격인 전인대와 정치협상기구인 정협회의)를 앞두고 당에서 기존 외교시스템 효율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최근 당과 외교부를 총괄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전에는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가 실험 후 당사국 합의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등 혼선을 빚어 외교전문가들 사이에 비판이 일었다.

 현재 중국의 외교는 국무원 산하 외교부와 당의 대외연락부로 이원화돼 있으며 실질적인 권한은 당이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외교부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통해 총리와 국가주석에게 현안을 보고한다. 당도 당 총서기에게 별도로 보고하는데 양측 모두 관련 부처와 소통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큰 현안 발생 시 당과 외교부, 군 등이 참가하는 영도소조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운영했으나 연속성 부재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새로운 외교 총괄조직 책임자로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정치국원과 왕후닝(王<6EEC>寧) 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국가부주석으로 유력한 리 정치국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이다. 왕 주임은 1995년부터 중국 통치이념과 국가정책을 개발한 중국 최고의 정책 브레인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