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자본의 제왕' 시티그룹 샌디 웨일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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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엔론사 회계부정 스캔들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사진) 회장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엔론의 주채권 은행이었던 데다 이런저런 월가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기업 금융부문은 죽을 쒔지만 개인 금융 부문에서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시티그룹의 웨일 회장이 카드와 소비자 금융 등 개인 금융 부문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덕분에 각종 스캔들로 인한 소송 부담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들어 9월까지 시티그룹은 개인 금융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60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카드 부문에서는 19% 늘어난 22억달러, 소비자 금융에서는 15% 늘어난 17억달러, 소매금융에서는 25% 늘어난 23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부문은 같은 기간에 전년 대비 5% 감소한 39억달러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앞을 내다보고 개인 금융을 강화한 웨일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난 웨일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자본의 제왕(King of Capital)'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웨일은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괜찮은 금융회사를 싸게 인수해 감원과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 회사로 전환시키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증권사 베어스턴스에서 브로커들에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월급 1백50달러짜리 사환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해 27세인 1960년에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 M&A 중개에 뛰어들었다.

80년대 중반 이후엔 채권분야의 선두주자였던 스미스 바니증권과 생명보험사 트래블러스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보험.증권사인 트래블러스 그룹 회장이던 98년 4월 은행인 시티코프와 합병, 세계 최대의 종합 금융사 시티그룹을 만들고 그후 1년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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