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외국인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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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이 코스닥에 돌아왔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약 168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 지난달 한 달 전체 순매수액(260억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외국 투자자들이 이 정도로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는 것은 2년 전인 2011년 1월(3473억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닥의 두 배가 넘는 39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체감 강도는 코스닥 쪽이 훨씬 세다.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장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달랐다. 이달 들어 코스닥 지수는 2.2% 올랐다. 코스피 지수 상승폭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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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주식을 부지런히 사들였다. IT 업종 순매수액이 전체의 57%인 955억원이었다. 그중에서도 하드웨어 분야가 610억원에 이르렀다. 순매수 1위 파트론(386억원), 3위 에스에프에이(201억원), 4위 덕산하이메탈(185억원)이 모두 IT 하드웨어 업체였다.

 교보증권 김영준 투자전략팀장은 이 같은 외국인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를 다시 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판매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을 눌렀다. 지난해 하반기에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5를 내놨음에도 전체적으로 삼성전자에 밀렸다. 그러자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재평가했고,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코스닥 부품·장비 업체에까지 투자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순매수 1, 3, 4위인 파트론·에스에프에이·덕산하이메탈 모두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는 곳이다. 이들 3개 업체의 주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에 더해 2월 중 삼성전자를 3217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를 세트로 엮어 사 모으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 최석원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은 “삼성전자가 연이은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이어서 외국인의 관심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8인치 태블릿PC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월 말~4월 초에 갤럭시S4, 5월엔 10.1인치 갤럭시탭, 그 후엔 3.5인치 보급형 스마트폰이 줄줄이 출시 대기 중이다.

 외국인은 또 코스닥 시장에서 GS홈쇼핑 같은 홈쇼핑주를 많이 샀다. 홈쇼핑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의 덕을 볼 것으로 꼽히는 업종이다. 실제 부분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시된 지난해 TV홈쇼핑은 매출이 전년보다 9%가량 늘었다. GS홈쇼핑은 올 들어 주가가 15% 이상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분명 호재다. 이달 들어 외국인 코스닥 순매수 1~10위 종목은 주가가 평균 5.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의 2.5배다.

 그러나 앞으로도 외국인의 코스닥 매수가 이어질지, 또 지금껏 사들인 종목을 더 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환율 때문에 당분간 코스피 시장이 부진할 것이어서 외국인이 계속 코스닥에 머무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간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비교적 단기 매매를 했다는 점을 들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봄에 나올 삼성전자 신제품이 잘 팔릴 경우 관련 코스닥 주식 또한 질주를 계속할 수도 있다.

 최석원 팀장은 “외국인이 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사는지가 중요하다”며 “해당 기업의 성장 전망에 대해 증권사 등에서 나온 분석 보고서를 꼼꼼히 훑어본 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에 지나치게 근접하지 않았는지를 살피는 것 역시 필수 요소로 꼽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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