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잃은 증시 우선주 돌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증시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틈새 장세에서 우선주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열기가 가라앉아 당분간 경기 관련 종목들이 큰 시세를 내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우선주에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수가 급등한 뒤 본격적인 조정을 받을 때 우선주 투기 현상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아 "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징조"라는 지적(삼성증권 김도현 수석연구원)도 나온다.

18일 거래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24개 종목 가운데 우선주가 16개 종목을 차지했다. 종목별로는 극동건설우.영풍산업우.영풍산업2우.동신제약우.삼성중공업우.중외제약우.아남반도체우.아남반도체2우.성신양회2우B.신호유화우.신호제지우.태평양산업우.한화석유화학1우.한화석유화학2우B.아태우주우B.GPS우B.태평양우.삼애인더스2우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주 강세는 당분간 주가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다 배당투자를 노린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얹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주 돌풍의 배경에는 유통주식수가 적어 소폭의 매수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수급불균형이란 특성이 깔려있다.굿모닝증권의 현종원 선임연구원은 "지수 관련주는 주가가 많이 올라 추격매수가 부담스럽고 중소형주나 코스닥의 상승 탄력이 떨어지자 개인들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유통물량이 적은 우선주에 투기적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우선주는 전체 상장종목의 28.4%를 차지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2.58%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전자.한미은행.삼성화재.현대자동차.삼성증권 등 5대 대형 우선주를 제외하면 하루 유통주식수는 종목마다 수백주~수천주에 불과하다. 반면 올들어 우선주의 하루 주가변동률은 6.46%로 보통주(5.62%)보다 훨씬 크다.

우선주의 강세로 보통주와의 가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아남반도체는 보통주가 5천8백20원인 반면 2우B는 1만6550원, 우선주는 1만1천7백원 등 2~3배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보통주가 3천6백90원인 반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14배나 비싼 5만2천2백원을 기록했다.

또 최근 급등한 우선주일수록 적자기업들이 많아 고배당 메리트(이점)를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지난해 배당률이 높았던 기업일수록 우선주의 주가는 시들한 것이 특징이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