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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약진에 지난달 승용차 내수 판매 6.9% 줄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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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여성 전문 서비스 거점인 블루미 소속 직원이 여성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블루미는 여성 고객 확대를 위한 서비스 센터다. [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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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올 들어 부쩍 내수 소비자를 겨냥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여성 전용 서비스 거점인 ‘블루미(Blueme)’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신설한 데 이어 차 값 상승분도 최소화하고 있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값을 올려 빈축을 샀던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양상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착해진’ 배경을 보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커진 수입차 업체들이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소속 수입차 업체들이 지난달 국내에서 판 자동차는 1만2345대. 지난해 1월(9441대 판매)보다 3000대가량 국내에서 더 팔았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입차 업체들은 15만 대 이상 팔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올해 내수 판매목표(66만8000대)의 22% 수준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수입차 업체들이 기존 중·대형 시장은 물론 준중형 이하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팔린 수입차 중 배기량 2000㏄ 이하인 경우가 6688대에 달했다. 전체 판매량의 54.2%다. 2000㏄ 이하의 경우 지난해 1월보다 판매량이 69.2%나 뛰어올랐다.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독일 BMW의 520d는 98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현대차 제네시스(판매량 1152대)보다는 판매량이 조금 적지만 기아차 K9(500대)을 압도하는 수치다.

수입차의 약진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현대차의 내수용 승용차 판매량은 2만6891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6.9%가량 줄었다. 현대차로선 수입차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내수시장 적극 방어 나서
이 때문에 현대차도 올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내수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 첫 번째 조치가 가격 인하다. 현대차의 경우 올 초 쏘나타와 제네시스·싼타페 등 5개 차종 10개 모델의 가격을 각각 22만~100만원씩 내렸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일부 판매가 부진했던 차종을 제외하고 현대차가 주력 차종의 사양을 유지하면서 값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양은 강화하면서 차량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한 경우도 있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행 성능을 높여 ‘운전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주행 시 진동을 줄이고 안정감을 강화하기 위해 쇼크 업소버와 스태빌라이저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브레이크 디스크와 모노블록 4피스톤 캘리퍼 등을 적용해 안전성과 내구성을 높였다.

현대차 측은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의 경우 기존 모델들보다 값은 조금 올라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보강된 사양은 300만원어치 이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트림별로 250만원가량의 가격 인하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새로운 제네시스가 비슷한 가격대의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 등에 빼앗긴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어느 정도 돌려 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값을 내린 데 이어 서비스 인프라도 집중적으로 보강 중이다. 수입차의 약점으로 꼽혀온 애프터서비스 면에서 우위를 확고히 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왔다.

여성 운전자 대상 서비스 강화
강화된 서비스망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여성 운전자를 타깃으로 한 블루미다. 블루미는 여성 운전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편히 차량 정비를 받을 만한 곳이 드물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차량정비 전문가의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진단 결과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서비스센터 등으로 직접 인도해주기도 한다. 수리내역도 상세히 설명해주는 ‘블루미 딜리버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차량 진단 중 여성 운전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휴식공간(블루미 라운지)도 있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여성 운전자를 위한 키즈존도 있다.

블루미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센터의 시설 보강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호텔과 같은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차량 수리 대기시간 동안 지루하게 보내지 않도록 다양한 오락시설을 마련했다. 서비스센터 내에 스크린 골프장과 안마의자 등이 비치된 곳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수입차 업체들에 빼앗긴 ‘실지’ 회복을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보다 사양이 좋다고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좋은 차를 더 싸게 파는 수준에 이르러야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고수해 온 정가판매제도 일정 부분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국의 모든 지점·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업체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사원별로 추가 사양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정가판매제를 어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차를 사면 파노라마 선루프 같은 옵션 사양을 무료로 추가해주거나 각종 액세서리 등을 기준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식이다. 물론 여기에 드는 비용은 해당 영업사원이 개별적으로 부담한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의 한 영업사원은 “판매 인센티브는 다소 줄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판매 대수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옵션을 추가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라도 안 하면 수입차 딜러들의 차 값 할인 공세에 맞서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업체들도 ‘정가판매 원칙’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딜러별로 판매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차량을 구입한 직장인 박종욱(39)씨는 “원래 차 값은 3700만원이었지만 현금 구입을 조건으로 8.5%가량 할인받아 3400여만원에 구입했다”며 “주변에서 차를 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영업사원을 만나 견적을 받을수록 차 값이 싸진다고 말해줘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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