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폐교'가 답인가…의료계, 1학기 학사운영에 '회의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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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교육 논란으로 벼랑 끝에 서있는 서남의대의 2013년도 1학기 수업 진행에 대해 의료계와 일부 정치인들은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이 공동주최한 ‘서남의대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한 국회 정책간담회’에서 서남의대 박종천 학장이 2013년 1학기 학사운영 계획을 상세히 발표했지만, 그에 대한 의료계 패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거셌다.


먼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임기영 의학교육인증단장은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을 받아보고 절망감을 느꼈다”며 “임상실습을 환자 없이 모형으로 한다는 말도 있더라”며 한탄했다.

이어 임 단장은 “시간표도 황당하다”며 “내과만 해도 호흡기계, 심장계, 순환기계, 내분비계 등 굉장히 많은데, 이 시간표에는 순환기계밖에 없다. 학생에게 순환기만 가르칠 거냐”고 반문했다.

또 “기초의학 교수 16명, 임상의학 교수 31명으로 돼있는데, 서남의대 교수인지, 다른 과 교수 이름 갖다 쓴 건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당한 적이 있다”고 교수진 구성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게다가 정년을 훌쩍 넘어선 80세 이상의 고령 교수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것.

임 단장은 “10년 전부터 이것이 문제였다”며 “차라리 여건이 안 돼 이 정도밖에 준비 못했다고 하면 개선의 여지라도 있지만, 이게 옳다고 여기는 것이라면 정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 이 상태는 재학생들에게 유해한 환경이다.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보내 교육, 졸업시켜야 한다”며 “정말 개선의지가 있다면 학생 없는 상태에서 교수진 뽑고, 제대로 된 교육, 실습 환경 만들어 의평원 평가 거친 후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김병수 전문위원도 예수병원에서 진행 될 임상실습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김 위원은 “의사면허만 딴다고 전부가 아니다. 의대 교육은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임상실습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계돼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임상실습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은 “예수병원에서 임상실습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본 병원에서 어느 정도 트레이닝을 받고나서 예수병원에 파견하는 식”이라며 예수병원에 전적으로 임상실습교육의 역할을 맡길 서남의대는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곧 인턴제가 폐지된다”며 “그 전엔 임상실습이 부실해도 인턴 과정이 있어 커버가 가능했지만, 앞으론 바로 레지던트로 투입되기 때문에 임상실습이 매우 중요해져 대충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1학기 수업계획 책자를 보니, 남의 역량을 빌려다가 급한 불 끄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주대의대 허윤정 교수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 교수는 “박종천 학장의 말씀을 듣고 굉장히 참담함을 느꼈다”고 심정을 밝혔다. 지난 10여 년 간 거짓말을 일삼으며 부실교육을 방치해 온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의대는 이과계 중 최고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성의 전당임에도 불구, 수련병원 기준의 5%에도 못 미치는 환자를 보면서 70%의 환자를 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며 “교육현장의 부도덕함은 법으로 제재할 수 없어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서남의대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게 학생들에게 최선인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1학기 수업 진행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허 교수는 “오늘 발표된 내용을 듣고 당장 올해부터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까”라고 반문하며, “부실한 교육을 받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서남의대 학생이 향후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에게 어떠한 미칠 것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부실한 교육이 지속되면 결국 학생의 피해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불특정 국민들에게 매우 큰 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방청객에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최주현 사무총장은 박종천 학장의 말을 ‘사기’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최 사무총장은 “A학교에 들어갔는데, B학교에서 배우라는 식이다. 결국 교육을 다른 곳에 아웃소싱하겠다는 말 아닌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책간담회를 마련한 박인숙, 나목희 의원은 간담회를 마무리 하는 멘트를 통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박인숙 의원은 “현실을 직시하고 조속히 사태를 마무리 하려면 폐교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서남의대에서 학생들을 놓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나목희 의원도 “그동안 서남의대 교육자들은 모든 걸 걸어보지도 않고 뭐 했냐”며 “학교를 계속 운영하려면 교과부의 감사 처분(학점, 학위 취소)을 이행해야 한다. 이행 안하면 폐교나 정원 감축이다.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단과 별개로 자금도 없이 어떻게 의대를 운영할 것인가”라며 “교수, 교직원들의 이해 관계가 이번 사건에 투영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한 학부모의 편지(서남의대는 폐교하고 재학생은 타학교로 전학시킬 것 요지)내용처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현행법상 2013년도 1학기 학사운영의 주체가 서남대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감사결과에 따른 후속 행정조치들이 진행 중인 가운데 1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아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할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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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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