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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착 우려 낳는 지역법관제 개선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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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법원 판단에 대해 가급적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법원 판단이 왜곡되거나 오해될 소지가 있을 때는 제도를 재정비함으로써 그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그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학교 공금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전북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5)씨에 대한 보석허가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보석 이유였던 심장혈관 확장 시술이 끝난 만큼 보석 허가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지난 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이씨와 대학 총장 2명, 사무총장을 보석으로 석방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교수·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씨 등의 보석은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석을 허가한 재판장과 변호인이 모두 지역법관(향판) 출신이란 점 때문에 그 배경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법조인맥을 과시해 왔다는 이씨는 과거 교비 횡령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됐으나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판사를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법관제는 잦은 전보인사에 따른 재판 지연을 최소화하고 판사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2004년 종전의 관행을 법관 인사제도로 체계화한 뒤 대전·대구·부산·광주고법 관할 4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취지와 달리 지역법관이 학연·지연으로 얽힌 변호사, 유지들과 유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2011년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가 변호사에게 사건을 알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올해 정기인사부터 지역법관 본인의 희망에 따라 타 지역 근무도 가능해졌으나 이 정도 손질로 장기간 근무에 따른 유착 의혹이나 불필요한 억측을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지역법관제 운영 전반을 재검토하고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 독립의 근간인 재판의 독립도 국민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