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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보면 아빠 생각나고 아빠한데 가면 엄마 그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혼을 해서 아빠는 전라도에 살고, 엄마는 서울에 살아 아빠를 보면 엄마가 보고싶고, 엄마 곁으로 가면 아빠가 그리워 서울과 전라도 사이를 오르내리던 12세의 정정기군이 지난 7월 29일 평택역에서 무임승차로 쫓겨났다가 달리는 열차에 다시 오르려다 실족, 기차바퀴에 왼쪽다리를 잃었다.
○…정군은 서울의 청운국민교 5의3. 9년전인 3살때 전북 김제군 봉남면 소금산리에서 행복하게 살던 아빠 정공순(46)씨가 소실을 얻고 엄마 김참혜(43)씨를 쫓아낸 데서부터 어린 정군의 비극은 시작됐다.
○…아빠 손에서 8년, 작년 4월 초처국민교(김제군 봉남면 신흥리) 4학년에서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작은 암자인 석굴암에 여승으로 있는 엄마 김씨의 품으로 옮겨 청운국민학교로 전학했다.
엄마 품엔 안겼으나 아빠가 보고싶어 내려가고 다시 엄마 찾아 올라오기를 다섯 차례-아빠는 서울 갈 차비를 주지만 가난한 엄마는 김제까지 갈 차표를 사줄 수 없었다. 지난 달 29일 서울역에서 눈물짓는 엄마를 뒤에 두고 방학을 이용해 아빠를 찾아 서울발 목포행 39열차에 탔다가 종착역 아닌 평택역에서 무인승차가 발각되어 기차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그차에 타려고 하다 하오 9시쯤 다리를 잃었던 것.
○…평택읍 공제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8월 3일까지 누구도 찾아주는 사람 없이 하얀 얼굴로 신음하고 있다. 신음하면서도 간간이 들리는 그 소리-. 『엄마 이리와, 아빠도 이리와….』 [평택=손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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