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송정책은 방통위가 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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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열린 언론·방송 학회 긴급토론회에서는 방송정책 대부분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같은 날 개최된 국회 문방위 공청회에서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에 대한 규제는 지금처럼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고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관한 업무는 미래부가 관장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방송정책 효율성의 제고와 방송산업의 진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효율성과 함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하는 방송 특성을 무시했다. 방송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보다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맡는 것이 맞다. 장관 한 사람이 정책을 주무르거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커져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새 정부의 구상은 미디어콘텐트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성도 크다. PP·SO는 규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지상파·종편·보도채널만 규제한다면 대기업 PP·SO에 특혜가 돌아가 미디어산업은 강자 독식의 정글이 될 것이다. 이미 케이블TV 공급 시장의 최대 강자인 CJ 계열사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지원만 받는다면 다수의 콘텐트생산자가 플랫폼업자에 종속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질 좋은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던 구조가 훼손될 것이다.

 인수위는 정책의 일관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보도·시사교양·예능 같은 고전적인 구분이 무너지고 장르 융합형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게 국내외 방송의 최근 추세다. 개편안은 같은 방송인데 보도 기능 여부에 따라 정책기관을 쪼개는 잘못을 범했다. 진흥과 규제 정책 역시 구분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분리하면 정책 혼선이 생길 게 뻔하다.

 방송 관련 토론회·청문회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는데도 굳이 방송정책을 둘로 쪼갤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인수위는 개편안을 철회하고 현재 방통위의 문제점만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