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생의 엉터리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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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카들을 데리고 쪼들리는 살림에서도 별로 불평이 없으시던 형수가 얼마 전엔 형님에게 불평탄을 몇 번인가 터뜨리셨다.
그때마다 『허허…그것두 당신 복이지』하며 웃음으로 방어를 하시던 형님이 얼마전 파월기술자의 일원으로 월남으로 떠나셨다.
가족과 친지들의 전송을 받으며 담담히 웃으며 비행기 「트랩」을 오르시던 형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가슴이 뭉클하며 코끝이 짜릿함을 느꼈다.
충혈 된 눈을 가족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으셨던 형수도 끝내는 『건강치도 못한 몸으로 그 무더위 속에서…』하시며 연방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 가셨다.
항상 반환갑이 가까왔노라고 큰소리치던 나도 무어라고 위로의 말씀을 해드려야 할는지 퍽 난처했다.
형님의 파월이 결정된 이후부터 월남의 정치정세, 전황, 기후관계, 기술자의 근무시간, 침식 등등을 세밀히 연구(?)하신 줄은 모르고 위안의 말씀이라고 섣불리 한마디했다가 되려 무안을 당한 나는 궁여지책으로 한다는 소리가 『이십여년을 같이 살아오셨으면 이제 싫증두 나실텐데…』하는 무례한 위안 아닌 궤변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였다.
전지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가족들만이 갖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나는 처음 느껴보았다. (김종욱·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5의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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