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금융업 '음지에서 양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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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양지로-'.

사채업 등록 제도가 내년 2월 시행될 움직임을 보이자 사금융업계가 이익단체 결성에 나섰다. 사금융업계 대표 10여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한국대부사업자협의회(한대협)'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한대협은 내년 1월 발기인 대회를 연 뒤 재정경제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 새 옷을 입자=사금융업계가 스스로 단체 결성에 나선 데는 과거 영업 방식으론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인터넷 사금융업자들이 기존 사채시장의 폐해를 밟지 않아야 자리잡을 수 있다며 차별화에 앞장섰다. 지나친 고금리에 폭력행위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고 양성화.전문화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한대협 추진위원장을 맡은 유세형 이티즌 대표는 "현재 사금융업계는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협의회가 발족되면 교육을 통해 업계 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일본계 자본이 잠식하는 시장=1998년 국내에 들어온 A&O.프로그레스.해피레이디.센츄리서울 등 일본계 대금업체는 ▶간편하고 빠른 대출▶낮은 조달금리▶앞선 신용평가.채권관리 시스템▶산뜻한 매장▶채권추심 과정에서의 폭력 배제 등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 들었다. 업계는 일본계 자본이 5백만원 이하 소액대출 시장의 4분의3을 장악한 것으로 볼 정도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 업계에도 체계적인 영업기법 도입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여년 동안 서울 명동에서 어음할인을 해온 최용근씨는 중앙인터빌(http://www.intervill.co.kr)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축적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인터넷을 통해 6천4백여개 기업의 어음할인 금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 양성화에 시간 걸릴 것=한 사채업자는 "대부업법의 국회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양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사금융 양성화는 수십년을 끌어온 문제로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업계의 실태 파악조차 안돼 있는 상황에서 단체 결성은 바람직하다"며 "사채업의 속성상 비밀을 유지하려는 데가 많기 때문에 협의회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용.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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