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헬스] 비만치료와 아미노필린 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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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래에 대해 분분하지만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전설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긴 밤을 신께 기도해야 하는 아라비아의 한 수도원장은 밤마다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때 한 목동으로부터 염소들이 어떤 열매를 먹고 나면 자지 않고 밤새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목동으로 하여금 열매를 따오게 하여 이를 음료로 만들어 마셨으며 밤새 기도에 열중할 수 있었다.커피는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신이 내린 선물이었던 것이다.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커피의 성분중 이와 같은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바로 메틸잔틴(methylxanthine) 이다.

이는 커피뿐 아니라 차.코코아.초콜릿.콜라 등에도 많이 들어있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메틸잔틴이며 각성 효과 뿐 아니라 교감 신경계를 흥분시키고 발열 반응을 증가시켜 체중을 줄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영양학회지는 최근 차의 섭취가 인체의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결과를 실었다.

그냥 물만 마신 그룹에 비해 3일 동안 차 또는 카페인을 섭취한 그룹에서 약 3% 정도의 에너지 소비 증가가 관찰됐고 지방의 산화 역시 증가했다.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갖춘 연구론 차의 체중 감소 효과에 대한 최초의 결과로 생각된다.차는 그 외에도 지질(脂質) 대사에 영향을 미쳐 동맥 경화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비만 클리닉에서 배의 지방에 아미노필린을 주사하는 치료가 성행 중이다.아미노필린 역시 카페인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메틸잔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먹는 것과 찌르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차와 달리 아미노필린 주사가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지 입증할 수 있는 연구는 거의 없다.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기 전까진 아미노필린 주사를 이용한 비만 치료는 신중해야할 것이다. 신의 선물이 신의 불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전재석.을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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