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실험성, 달라진 이승환

중앙일보

입력

하고 싶은 색깔의 음악을 마음껏 하면서 대중의 사랑도 듬뿍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뮤지션에게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승환은 그런 드문 행복을 누리고 있는 뮤지션이다. 일시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기 색깔의 음악을 만들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승환이 이번 주말 일곱번째 정규 앨범 '에그(egg) '를 발표한다.

미리 들어본 이승환의 새 앨범은 팬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발라드 위주의 '서니 사이드 업'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돋보이는 '오버 이지'등 두 장의 CD로 이뤄졌다.

CD앨범은 두 장이 모두 들어있는 앨범과 '서니 사이드 업'만 들어있는 앨범 등 두 종류로 발매되며, 카세트테이프는 '오버 이지'와 '서니 사이드 업'이 따로 발매된다.

'서니 사이드 업'에는 모두 열두곡의 노래가 들어있다. 대표곡은 '잘못'. 그가 "곡 작업 내내 평이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토로한 노래로 쉬운 멜로디의 발라드다.

애절함과 담담함의 조화가 매력인 '이승환표 발라드'를 기대하는 팬들은 여덟번째 트랙 '이별… 그 찰나의 혼돈'을 먼저 들어야 할 듯 하다. '만추'(晩秋) 는 이제 30대 이상으로 성장한 그의 오래된 팬들을 위한 성인 취향의 노래고 '푸른 아침의 상념'은 이국적인 반주와 편곡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트랙 '엄마'는 그가 "노랫말을 쓰면서 울어본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은 노래다.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들과 그 어머니들의 아픔과 슬픔이 가득한 곡으로,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게 만드는 이승환의 보컬이 압권이다. 그동안 '차카게 살자'공연의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소문없이 어린이 환자들을 도와온 그다.

'오버 이지'에 수록된 열한곡은 한층 매력적이다. 히트곡 한두곡이 아니라 이승환의 앨범 자체를 즐겨온 팬들이라면 '서니 사이드 업'보다 '오버 이지'쪽에 손이 더 갈 듯하다. 실험적인 편곡과 사운드가 신선한데 특히 '위험한 낙원'과 '웨이팅 포 페이백'등에 얹혀진 서정성과 조화가 수준높고 이채롭다.

결국 이번 앨범은 그를 오랫동안 아껴온 30대팬들은 물론 10대와 20대 팬들까지 포용하기 위해 그가 대중가수로서 고민한 결과이며, 그가 그동안 여섯장의 앨범에서 보여왔던 음악적 색깔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특히 각 곡마다 보컬이나 편곡, 반주 등 어느 한가지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요소의 조화에 신경쓴 점이 인상적이다.

서른다섯살의 미혼인 이승환. 왠지 이제 그를 '어린 왕자'라는 오래된 애칭으로 부르기가 좀 멋쩍다. 갈수록 농익는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기쁘고 즐거울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