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盧정부와 관계 어떻게] 개혁 돕되 권력과 유착은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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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는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단체 신년하례식에서 "시민단체들이 없었다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참여 등 많은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다. 인수위와 시민단체들의 간담회 등 정책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새 정권과의 관계=시민단체를 중시하는 盧당선자의 태도에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다소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은 "새 정부는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공약을 많이 반영하려고 하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개혁 과제는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와 같이 비판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유착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경계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박원순 공동운영위원장은 아예 "새 정권과의 타협, 유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현직 위원장들이 다수 인수위에 참여한 참여연대의 김기식 사무처장의 경우 "그들은 모두 현직이 아닌 학자그룹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스타급 시민단체 인사가 장관 등 공직에 중용되지 않겠느냐는 항간의 추측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철영 총장은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람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시민단체들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공조 활발=그렇지만 우선은 "새 정부의 개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위원장은 "개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슨 포퓰리즘이 있겠느냐"며 "새 정부가 야당.시민사회.기업 등 각계 각층과 손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로 최근 대선연대를 이끈 YMCA 이남주 사무총장은 대선기간 중 제시한 10대 정책과제를 놓고 최근 인수위 측과 공개.비공개 간담회 등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다.

李총장은 지난 17일 주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연대모임을 발족했고 2월 중순에도 새 정부 측과 평화포럼, 투명성 포럼 등을 같이 열어 의견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판적 시각=그러나 이같은 주류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우려와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21세기 한국연구소 김광식 소장은 "새 정권이 향후 정권적 차원에서 시민단체를 이용하려 한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시민단체들 스스로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중도우파적 개혁'을 표방하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김석준 공동대표(이화여대 교수)도 "시민단체들은 YS.DJ 때 정체성이 흔들렸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등거리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창호 전문위원(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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