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델 같은 스타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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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영(We are Young)’으로 제 5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상’ ‘올해의 노래’ 2관왕을 수상한 그룹 ‘펀(Fun.)’. 2008년 결성된 이들은 시상식에서 대표곡 제목에 빗대 “우리는 이렇게 늙었다(We are so old)”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미국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다. 미국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행사인 제55회 그래미 시상식이 그랬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올해 시상식에서 영광의 트로피는 여러 뮤지션에게 고루 돌아갔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델이 6관왕을 차지했던 지난해와 대조적이었다.

 전체 81개 부문 중 본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은 컨트리풍의 영국 포크 록 밴드 멈포드&선즈(Mumford & Sons), ‘올해의 레코드’는 호주 출신 아티스트 고티에(Gotye),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신인’은 미국 팝밴드 펀(Fun.)이 차지했다.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는 지난해에 이어 아델이, ‘베스트 컨트리 솔로 퍼포먼스’는 캐리 언더우드, ‘베스트 록 퍼포먼스’는 더 블랙 키스, ‘베스트 팝 보컬 앨범’은 캘리 클락슨, ‘랩/송 콜라보레이션’은 제이지&카니예 웨스트, ‘컨트리 앨범’은 잭 브라운 밴드가 각각 수상했다.

 ‘강남스타일’로 지구촌을 강타한 싸이는 그래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에서 앨범을 내지 않는 등 그래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스팅·알리샤 키스·마룬5·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숱한 팝스타들이 축하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작고한 ‘더 밴드’의 드러머 레본 헬름 헌정 무대에는 엘튼 존, 1970년대를 풍미한 여가수 마비스 스테이플스 등 거장들이 함께 올랐고, 관객들도 기립해 관람했다.

 이날 시상식은 Mnet이 3시간 반 동안 생중계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미국적인 시상식이 진행됐다.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치열한 가운데 ‘위로’와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컨트리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래미의 보수적인 분위기는 드레스 코드에서도 나타났다. 방송을 주관한 미국 CBS는 시상식에 앞서 뮤지션들에게 “가슴과 엉덩이, 성기를 충분히 덮는 의상을 착용해달라”는 지침을 보냈다. 노출 패션으로 유명한 제니퍼 로페즈 조차 한쪽 어깨와 한쪽 다리만 간신히 드러낸 검은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나타나 “보시다시피 나는 공문을 읽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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