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재계약땐 법적용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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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월세 이자율 제한 조항은 취지와 달리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 계약이 끝나기 전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왜 도입했나=국회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들어간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시행령으로 이자율을 계산한) 일정 금액 이상을 받지 못한다'는 조항을 기존의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똑같이 추가했다.

몇몇 의원들이 "주택도 전세계약이 끝나 월세로 전환될 때 집주인이 과도하게 올려받지 못하도록 하자"고 갑자기 제안했고, 이를 국회 법사위원회가 관련 법조항과의 연계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사자간 합의 없이는 전세계약 기간(2년) 중 계약조건을 바꿀 수 없는데도 올 초부터 본격화된 저금리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기간 중에 월세로 바꾸자고 요구하는 사례들도 고려됐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은행 금리.물가.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법무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자율 상한선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적용 범위 제한적=하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주택은 자동 계약 연장이 없는 2년 단기 계약이다. 또 계약이 끝난 뒤 같은 주인과 세입자가 재계약을 해도 이는 신규 계약에 해당된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이번에 신설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당사자끼리 합의한 경우를 제외하곤 계약기간 중 임대인이나 임차인 어느 쪽도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어느 한쪽이 거부할 때도 월세 상한 규정이 무의미해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김종민 검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권(최장 5년)을 갖고 있어 재계약을 통해 월세로 전환할 때 금액 제한이 필요하지만, 주택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금액 제한 조항을 적용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효준.강황식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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