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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무비자 물과 산 좋아하는 대륙 기질도 한몫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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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04면

5일 오후 제주시 중앙로 지하상가.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밖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상가는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중국말 소리가 요란했다.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100여 명이 상가를 찾은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왔다는 딩이준(丁禕駿ㆍ24)은 “제주도는 중국 사람들에게 휴양지로 유명하다”며 “환경이 깨끗하고 볼거리가 많아 찾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딩은 “듣던 대로 성산 일출봉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인의 제주도 사랑, 왜?

전통적으로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중국인 관광객(25만8414명)이 일본인(18만3136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요우커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65%에 이르렀다.
중국인의 제주도 선호 현상은 최근 중국 언론 보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 트래블 위클리가 선정한 ‘최고 허니문 여행지’, 남방도시보가 선정한 ‘최고 해외 생태여행지’로 각각 뽑혔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하와이, 몰디브와 함께 제주도를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섬 관광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왜 이처럼 제주도를 좋아할까.

지리적으로 가까워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중국 상하이에서 항공편으로 제주까지 50분이 걸린다. 서울보다 10분 더 빠르다. 지난해 12월 현재 제주공항엔 38개 해외 노선이 취항됐다. 이 가운데 17개 노선이 중국 15개 도시와 연결돼 있다. 올해는 칭다오(靑島)ㆍ쿤밍(昆明)ㆍ난창(南昌) 등 3개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같은 접근성에다 2009년 도입된 외국인의 무비자 정책이 기폭제가 됐다.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비자 없이도 3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투자 영주권’ 제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부터 제주도에 50만 달러 이상 투자를 하고,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 본인과 가족에게는 제주도 영주권이 주어진다. 제주시 한림읍의 고급 주택단지인 ‘라온 프라이빗 타운’은 전체 분양 934가구 중 211가구를 중국인들이 사들였다. 중국의 해외송금 제한정책 때문에 한국인 명의로 사들인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드림랜드 경제연구소 진성효 소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의 부동산 투자 억제정책을 편 뒤로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가 활발해졌다”며 “이때부터 제주도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과 산을 좋아하는 대륙인 기질도 제주도 선호에 한몫하고 있다. 라온레저개발의 좌승훈 팀장은 “베이징(北京) 등 중국 북방인들은 제주도의 바다를, 상하이(上海) 등 남방인은 한라산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름답고 깨끗한 제주의 자연환경이 중국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인덕대 중국학과 오부윤 교수는 “최근 베이징이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등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물에 감탄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향토사학계는 제주도가 오래전부터 중국과 교류한 점을 중국인들의 흡인 요인으로 든다. 서귀포시 정방폭포 근처엔 서복(徐福) 전시관이 있다. 중국 진시황 때 서복이라는 중국인이 불로초를 구하러 지금의 한라산인 영주산(瀛洲山)에 오르기 위해 정방폭포에 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에 바탕을 둔 박물관 격이다. 1928년 제주항 축항 공사 중엔 중국 한(漢)나라 화폐인 오수전(五銖錢)ㆍ화천(貨泉)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역사서 신당서(新唐書)에는 661년 탐라의 왕 유리도라(儒李都羅)가 당(唐)에 조공을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제주도ㆍ중국 교류는 원(元)대에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삼별초의 난이 진압된 뒤 1273년 원나라는 제주도를 직할지로 삼았다. 일본 원정의 전초기지로, 말의 방목지로 제주도를 선택한 것이다. 원의 왕족과 관료들의 유배지로도 활용됐다. 원의 마지막 황제인 순제(順帝)는 제주도를 피난처로 고려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동국여지승람』엔 제주도 성씨 중 상당수를 몽골계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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