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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논란? 대통령 형도 처벌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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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약 2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다 2011년 8월 장관에 취임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재임 중 많은 일이 있었다. 총선과 대선을 치렀고, 지난해 11월엔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가 터졌다. 새 정부 출범으로 퇴임을 앞둔 권 장관을 7일 오전 11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만났다. 권 장관과 인터뷰를 한 이날 오후 법무부에선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열려 김진태 대검 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이 총장 후보로 추천됐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검란 사태,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소회와 의견을 밝혔다. [안성식 기자]

- 지난해에는 유독 성범죄와 강력범죄가 많았다. 어떤 대책이 있는지.

 “국민께 걱정과 피해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대책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등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전자발찌도 보완책 중 하나다. 일각에서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전자발찌의 기능은 감시받고 있다는 중압감을 줘서 재범을 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의 재범률은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자발찌 보호관찰관 인원도 최근 130여 명 증원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다. 피해자 지원 금액도 올리고, 지난해에는 부산에 스마일센터 2호가 개원했다. 성범죄나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주거나 심리상담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 흉악범죄자 엄벌과 관련해 사형제 존폐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국민의 법 감정은 사형제를 존치하고 집행하자는 여론이 우세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폐지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흉악범죄가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국민정서상 시기상조라고 하는 만큼 사회 여론과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좀 더 면밀한 분석을 해야 한다. 사형 집행을 당장 할 계획은 없지만 그 집행을 영원히 포기하는 것도 안 된다고 본다.”

 - 지난해 4·11 총선과 12·19 대선이 있었다. 선거사범 처리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선거를 앞두고 세웠던 원칙은 공정성과 형평성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주요 선거사범 처리 기준을 공개했다.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좀 더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고 국민이 보기에도 지켜야겠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다는 의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양대 선거가 비교적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한다.”

 - 어렸을 때 김윤옥 여사와 한 동네에서 살았고, 김 여사가 “재진아”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게 요직을 거친 이유 중 하나로 일각에서 거론되는데.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10년 정도를 한 동네에서 살았다. 부친들이 같은 직장(전매청)이라 대구에서 관사가 한 골목 안에 있었다. 하지만 나와 김 여사님과는 나이가 6년 차, 학년으로는 7년 차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관계인데 친할 수가 없다. 그런 분이 살고 계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왕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 말을 섞고 이름 부를 단계는 아니고. 그렇게 하려면 어울려야 하는데. 그건 밖에서 추측으로 하는 얘기고. 학창 시절 이후 40여 년 동안 못 봤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하실 때 한 모임에서 사모님을 봤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법무부 업무보고 때 당시 대검 차장으로 처음 봤다. 알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교류가 있다든지 특별히 남들보다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

 -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이 된 첫 케이스다. 이 때문에 취임 전 야당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예전엔 여당 국회의원 신분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온 케이스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당적이 없다. 당적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와도 아무런 시비가 없었는데 검사 신분에서 장관으로 왔다고 정치적 중립 논란이 이는 건 좀 과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검찰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형님도 처벌이 됐고,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졌다고 본다. 선거 수사도 공정성 시비가 없었다.”

 - 지난해 이른바 ‘검란’ 사태가 벌어졌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총장이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당시 지휘·감독해야 할 법무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안정시키기 위해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그 밖에 중재나 노력, 다 말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눈에 보이는 행동을 취하기보다 조용하게 수습하는 게 첫째 목적이었다. 아는 한 적정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 조직원들이 다 자중자애한 덕에 조직은 안정됐고 결과적으로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 검란 직후 중수부 폐지가 기정사실화됐지만 일부 기능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수부를 대체할 복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 부분은 현재 논의 중이라 다 말할 수는 없다. (뇌물·성추문) 비리 검사 사태가 중수부 폐지와 직접 연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고, 그 과정에서 중수부도 평가를 받고 있다. 중수부의 정치적 편향성과 불공정성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데 현재 법상으로도 검찰은 중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공직비리수사처라든지 상설 특검도 대통령 직속이냐, 아니면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중립성이 현실적으로 보장되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결국 제도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인 셈이다. 중수부가 그동안 해 온 부패 척결 등 순기능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걸 유지하고 보완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큰 권력이고 통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맞다. 하지만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 통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권력인 국회와 검찰은 서로 견제를 해야 한다. (국회가) 통제를 하면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

 - 특별수사 조직이 검찰 외부에 따로 떨어져 있으면 수사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공직자비리수사처라든지 상설 특검은 검찰과 별도의 기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집단은 수사 전문가들이 돼야 한다. 특검에도 검찰 또는 검찰 출신이 상당수 들어가지 않는가. 결국 제도나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지.

 “양 기관이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갈등을 타협하는 차원이라고 보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어떻게 국민의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수사권 조정도 권한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큰 틀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경찰은 인력과 조직이 방대하고 정보수집 기능이나 치안·경비 등 여러 가지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수사다. 경찰에 수사권을 얼마나 주느냐 하는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있고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 보장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래도 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아 논의를 하는 중이다. 경찰에 주고 말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 지휘권은 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개시권이 보장됐다. 그런데 개시권이 보장되자마자 (경찰이) 또 다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이 문제는 수사기관의 권력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

 -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법관이 트위터 발언 등으로 문제된 경우도 있는데.

 “음주 트윗으로 실수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법관은 판결로,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이런 태도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오해와 불신이 생긴 면도 있다. 실제 SNS를 겪어보니까 참 스탠스 잡기가 어렵다. 고위 공직자는 점잖아야 한다고 하는데 엄숙주의에 빠지면 재미가 없어 아무도 안 보니까 소통 수단이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고 재미있게 가면 품위 유지 문제가 걸린다. 그 중간을 묘하게 유지하는 게 참 어렵더라. 나는 가끔 망가지는 수도 있지만 품격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친밀감을 좀 주려고 한다. 1600명 가까이 페이스북 친구가 있다. 소통이 비교적 잘 이뤄졌다고 자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40명 정도를 오프라인에서 초청해 맥주 한잔 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 요즘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대법관 등 사법부 고위 인사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 대신 대학이나 법률구조공단으로 옮겨 후학 양성, 법률 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퇴임 후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지금까지 퇴임 후에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공직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항상 그 자리를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했다. 공직은 법무부 장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를 하더라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는 의미의 변호사는 하고 싶지 않다. 사실 변호사를 할지 안 할지도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당분간은 미뤄둔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며 쉬고 싶다. 평생 쉴 수는 없으니 사회적으로 보람되고 나한테 유익한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글=정철근 사회2부장, 정리=심새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권재진(60) 장관은

- 1953년 대구 출생

- 경북고, 서울대 법대

- 사법연수원 10기 (1980년 수료, 사시 20회)

- 서울북부지검장, 울산지검장, 대구지검장, 대검 공안부장, 대구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 2011년 8월 62대 법무부 장관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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