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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남해 개발축인 목포에 해수부 청사 유치위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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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정종득 목포시장은 1941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목포고 8회)까지 졸업한 목포 토박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산업은행, ㈜쌍용을 거쳐 42세 때 벽산건설로 전직했다. 사장을 맡고 있던 2005년 사표를 내고 시장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해 행정가로 변신했다.

해방전까지만 해도 목포는 전국에서 대여섯 번째 가는 큰 도시였다. 일제가 호남의 너른 들에서 생산되는 쌀과 각종 농산물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근거지로 삼았기 때문에 도시 개발이 빨랐다. 하지만 8·15 이후 빠른 속도로 호남의 중심은 광주로 이동했고 목포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도시가 됐다. 해방전 만들어진 가요 ‘목포의 눈물’이 여전히 해방 이후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목포인들의 정서를 대변한 큰 이유였다. 그랬던 목포가 지금 제2의 도약기에 서 있다.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행정구역만 무안이지 목포나 다름없는 남악신도시가 개발되고 이 곳에 2005년 전남도청을 시작으로 각종 행정기관이 이전해 온 게 재 발전의 전기가 됐다.

 정종득 목포 시장의 임기는 바로 그 목포의 제2 도약기와 임기가 겹쳤다. 기업인 출신의 정시장은 남악신도시에 전남도청이 입주하던 2005년 보궐선거로 당선해 임기를 시작했다. 그 뒤 내리 3선, 목포에서 시장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당선된 사람은 정 시장이 유일하다. 정 시장을 만나 남은 임기 동안의 시정 구상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기업인으로 오래 재직하다 목포 행정을 맡아왔기에 뭔가 감회가 다를 것 같다.

“금융·무역·건설을 오래 해 봤지만, 행정이 가장 힘든 것 같다. 기업은 이익만 창출하면 되지만, 행정이 목적으로 삼는 주민의 복리 증진은 (이익창출에 비해) 매우 복잡다단하다. 모두에게 좋은 일인 법한 사업에도 꼭 반대를 하거나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측이 있다. 행정의 핵심은 갈등의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업은 속도의 경영을 하는 반면 행정은 타당성 조사를 하고, 상급 기관과 협의하고, 의회 동의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더디기 때문에 기업인 출신이 보기엔 답답할 때도 있다.”

-목포의 성장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목포는 동북아 해양관광물류중심도시로서의 성장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목포는 조선, 세라믹, 신재생에너지, 고기능성식품, 해양레저 장비산업 등 5대 신성장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광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어린이바다과학관을 올해 2월에 개관한데 이어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6월 개관하고 삼학도 일대를 친환경 친수공간으로 복원하여 세계적 체류형 해양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목포가 가진 자원은 바다다. 해양수산부가 목포에 와야 한다고 공식 건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많은 국민들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거나 혹은 다른 정부 기관과 함께 세종시로 가는 줄 알고 있는데.

 “지도를 잘 보라. 목포야말로 서해안과 남해안을 아우르는 L자형 개발의 중심이다. 전국에서 가장 긴 해안선(6109㎞), 가장 많은 섬(2219개), 가장 넓은 갯벌(1037㎢)이 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해역에 있다. 수산물 생산량(연간 102만8000t) 역시 전국 최대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해군 제3함대사령부, 전남도청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시민서명운동을 펼치고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등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중국과 경제교류가 증가 일로다. 목포가 가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방안은.

 “목포항은 중국, 일본, 동남아로 향하는 교두보로서 무역항, 물류거점항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상하이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근거리에 있다. 우선 2006년 이래 중단된 목포~중국간 국제항로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다. 항만으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항로개설 타당성조사 등 연구용역을 마치고, 한중카페리협회에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인근 타이창(太創)과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 산둥성(山東省) 르자오(日照)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상반기에 운항 구간 등을 확정하고 참여 선사를 물색해 내년에 취항할 계획이다.”

-목포 도심이 외곽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도청이 있는 남악신도시만 해도 행정구역은 목포시와 무안군에 걸쳐있는데, 매일 왕래하는 시민들은 시 경계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고 넘나들 정도로 일체화되어 있다. 목포, 무안, 신안 등 무안반도 전체가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잘 실현이 안되고 있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그 대목이다. 목포시와 무안군, 신안군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이고, 하나의 생활권이다. 지금까지 통합을 5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무안반도가 통합하면 인구 100만 이상의 자생력을 갖춘 광역도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대승적으로 양보할 건 양보하겠다. 통합하면 새 시청·시의회 청사를 무안·신안 주민이 희망하는 지역에 건립하고 무안·신안 출신 의원 수를 목포 출신 의원수(22명)와 같거나 1명 더 많게 배정하겠다. 신안·무안군 주민들이 누리는 기존의 각종 혜택이 통합시가 된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목포와 부산 사이에 고속철도를 잇자는 움직임이 있고, 또 호남~제주간 해저 고속철도를 놓자는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

 “동서 접근 시간을 단축하고 남해안시대의 도래에 따른 동서간 대량 수송수요에 대처하려면 목포와 부산 사이에 고속철도를 놓아야 한다. 이 고속철도는 호남고속철도·경부고속철도와 연계한 한반도 순환형 고속철도망의 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목포~부산 KTX가 개통하면 부산·경남 지역도 중국 무역의 물류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호남 주민의 화합이란 관점에서 볼 땐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없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는 수년 전부터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얘기가 있어 왔는데, 최근들어 제주쪽 분들이 약간 소극적이다. 제주도 숙원사업인 신공항사업이 더뎌질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미래 가치가 매우 큰 사업이다. 제주와 전남은 물론 대한민국 모두에 유리한 ‘윈윈윈’ 사업이다. 제주도는 비행기가 못 뜨는 날이 적지 않은데, 고속철도가 뚫리면 접근이 좋아지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외국인의 제주도 방문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목포를 비롯한 전남은 제주도와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무안국제공항이 활성화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해양관광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

글=이해석,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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