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제주 민군복합항은 안보의 보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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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정부와 제주도의 공동 주관하에 제주 민군복합항 관련 제3차 시뮬레이션이 진행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제주 민군복합항은 시속 27㎞의 강풍이 부는 조건에서도 주야 관계없이 15만t급 크루즈선이 안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러한 검증 과정은 그 자체로도 성공적인 민관 갈등관리의 모델로서 의의가 있었다. 정부가 현지 주민의 민원을 담은 지방정부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최선을 다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임한 제주도정의 리더십에도 경의를 표한다.

 이제 제주 민군복합항의 안정성, 나아가 제주 민군복합항의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은 마침표가 찍힌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통해 나타난 지역의 민심, 세 차례 소송에서의 반대 단체 패소, ‘평화의 섬’ 제주 비무장화론의 문제점 등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간 외부 활동가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은 유례없는 갈등과 반목의 현장으로 내몰린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다수의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이제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 상처를 치유하고 제주 민군복합항의 건설적 운용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은 그동안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의 본질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제주 민군복합항 관련 논쟁의 초점은 경제적 효과와 환경보호 쪽으로 편향됐다. 그 결과 미래 위협에 대비한 군사안보 보루로서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 제주 민군복합항은 주변국의 해·공군력 증강과 도서 분쟁 가능성 등 미래의 잠재 위협에 대한 안보상의 대비, 해상교통로 보호 등 경제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기지다. 더욱이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하게 되면 기지의 효용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제주 민군복합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당국의 미흡한 홍보는 서투른 갈등관리와 연결되면서 기지 건설 관련 각종 논란을 양산했음에 유념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로 제주 민군복합항 관련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우리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력 신장과 군사력 현대화를 업은 중국의 도전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난사군도, 센카쿠 열도와 함께 한국의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우경화 추세의 일본 또한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방위예산을 늘리고 해·공군 중심의 전력증강을 꾀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도전도 간과하기 어려운 현안이 됐다. 러시아는 해·공군력 중심의 군 현대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GDP의 4% 선까지 끌어올린 만큼 그 동향 또한 심상치 않다.

 이렇듯 미래 위협을 고려하면 동·서·남해를 감시할 수 있는 길목에 있으며 유사시 전 해역에 신속 전개 가능한 제주 민군복합항은 해양안보와 국익 수호의 거점으로 그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 수출입 물량의 99%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나라, 그 관문인 이어도는 독도와 더불어 지켜야 할 우리의 영토다. 제주 민군복합항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모든 갈등을 접고 제주 민군복합항을 정상적으로 건설해 해양주권 갈등을 해결하는 전진기지로서 제주 민군복합항이 제 역할을 하도록 국민적 성원을 보낼 때다.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이 재생산돼서는 안 된다. 제주 출신인 필자도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구럼비 바위의 훼손에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이 조국과 후손 대대를 위한 선택이라면 뜻을 모아 성원할 일이라고 본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국방현안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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