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보유 많은 20개 종목 종합지수 상승률에 못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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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종목만 안올랐다."(개인투자자)

"블루칩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 얼떨떨할 정도다."(외국계 증권사)

급등장세 속에 투자자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간 주식을 많이 사뒀던 외국인과 일부 기관은 활짝 웃고 있는 반면,주식비중을 줄였던 일부 기관과 중.소형주에 투자했던 대부분의 개인들은 한숨짓고 있다.

◇ 외국인 선호종목 껑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11테러사태 이후 외국인이 사들였던 종목이 개인 매수 종목보다 평균 14.51%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이 줄기차게 사들였던 삼성전자는 9월 12일부터 지난 5일까지 63.78% 올랐다. 또 LG전자가 1백7% 뛰었고 삼성화재.삼성증권.LG화학 등도 60% 이상 급등했다. 이 기간 중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58.58%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44.72%)을 훨씬 앞질렀다.

굿모닝투신운용 강신우 상무는 "보유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워낙 높아 외국인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걱정이 없다"며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한국 경제의 조기 회복 가능성을 점치며 추가 매수를 고려하는 낙관적 분위기"라고 전했다.

◇ 발빠른 투자자 느긋=국민은행과 합병한 옛 주택은행이 지난 9월말 주은투신운용에 맡겼던 5천억원 규모의 펀드는 5일까지 26.4%의 수익을 올렸다. 두달여새 1천3백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또 지난 8월말 삼성투신운용에 4백억원을 맡겼던 국민연금이 26.1%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공무원연금도 10월말 1백억원을 신규 투자해 23.4%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증권사와 투신사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주식 보유액(4백억원)보다 훨씬 많은 1천5백60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동원증권은 주가가 최근 한달간 6천원에서 9천8백원으로 40% 이상 올랐다.대한투신운용과 LG투신운용도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던 9월 이후 블루칩과 금융주 중심으로 주식을 많이 사들여 다른 투신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초조한 개인투자자=테러 사태 이후 개인이 많이 사들였던 20개 종목의 상승률은 종합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44.0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 1백73% 폭등한 하이닉스와 대우증권.SK증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이 지수의 절반 정도 밖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투자자 이우근(38)씨는 "지난달 산 코스닥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는 최근 10% 떨어졌다"며 "6일 매수가 근처를 맴돌고 있는 코스닥의 전자부품 제조업체 주식을 팔고 증권주와 반도체 관련주로 갈아탔으나 오후에 지수가 급락한 탓에 5% 가까운 손실을 추가했다"고 울상지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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