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영광스런 친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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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핵폭탄과 「미사일」도 아랑곳없이 중세기의 창검으로 무장하고도 세계에서 막강이라고 자부하는 「동·키호테」같은 군대가 있다. 또한 그 병력 75명밖에 안되는데…. 이것은 영화의 한장면이 아니다. 「바티칸」시국의 병정들은 세계에서 가장 낡은 무기를 가지고 가장 수효가 적지만 가장 강한 군대라고 뽐낸다. 총병력 75명, 무기는 중세기의 창검, 군복은 치마같은 갑옷-이것이 이 최강군대의 전부다. 그러나 그 전통은 자그마치 4백50년. 더구나 「바티칸」시국이 이 우주에 건재하는한 불멸의 군대라는 것이다.
「바티칸·스위스」 친위대라고 불리는 이 군대는 입대하기조차 세계에서 가장 힘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대우도 좋아 미 육군 초년병의 봉급이 94「달러」 정도인데, 이 친위대는 초봉이 1백61「달러」라고. 수세기를 통해 내려온 이들의 유일한 임무는 중세기의 창검을 들고 1백8「에이커」밖에 안되는 「바티칸」시국의 변두리 초소에 배치되어 교황의 신변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친위대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스위스」 태생의 「로마」 가톨릭신자로 19살부터 25살사이의 독신자이어야 한다. 또 「스위스」에서 4주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쳐야만 이 친위대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스위스」 사람만이 이 「바티칸」시국의 친위대가 될 수 있는가? 4백50년전인 1506년의 일이다. 당시의 교황 「줄리우스」 2세는 「유럽」에서 정예친위병 1백50명을 뽑았는데 이들 전부가 「스위스」의 병정들이었다. 이 병정들이 오늘날 최강의 군대라고 뽐낼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전투에서 그들이 뿌린 끈덕진 피의 댓가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1527년 5월 6일의 전투. 당시의 교황 「클레멘트」 7세의 친위병력은 총 1백89명뿐이었다. 독일황제 「찰즈」5세의 정예군대 1천여명이 성 「베두루」대성전 광장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친위병 1백89명은 교황을 보호하기 위해 「베두루」 대성전 광장서 독일군을 맞아싸웠다. 친위병들이 한명씩 쓰러지는 동안 교황은 동광장을 빠져나가 「카스텔·산트안젤로」 성당으로 피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친위병 1백89명중 1백47명이 장렬히 전사했고 겨우 42명이 살아남았다.
결국 승리를 거두고 교황을 지킨 것이다. 그래서 「바티칸」 친위병정들은 치마같은 갑옷을 입고, 중세기의 투구와 창검을 들고 다니지만 세계에서 최강의 군대라고 뽐내게 된 것이다. 「스위스」 친위대는 「바티칸」시국의 영원한 수호자이다. <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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