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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삼류야담'틀 깬 마당놀이 '변강쇠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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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작품은 다르더라도 이미 확고하게 틀이 짜인 장르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변강쇠전'도 그런 경우다. 마당놀이 20년 역사에서 '변강쇠전'은 처음이지만, 기본적인 형(型) 이 비슷한 마당놀이의 하나라는 점에서 신선도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강쇠전'을 리뷰하는 것은 기존의 유습(遺習) 에서 벗어나려는 환골탈태의 몸짓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랜 동업자였던 MBC와의 결별이 계기가 됐음이 분명한데, 그 독립의 순기능은 바로 예술성에 대한 강조로 드러났다. 상업적인 코드를 죽인 대신 예술성을 보강하려는 실험이 돋보였다는 뜻이다.

'변강쇠전'은 익히 알다시피 강쇠와 옹녀의 사랑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각 '힘'과 '색'으로 무장한, 만천하에 유명한 색골들인데 '변강쇠전'은 이런 일반의 인식을 대부분 허문다.

대신 원전(原典) 의 기반 위에 당대 권력에 대한 기층민(강쇠와 옥녀로 상징되는) 들의 야유와 저항성을 새롭게 강조함으로써 '삼류 야담'이 아닌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또한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는 끝내 보수적 관점을 견지함으로써 기존의 관점(자유분방한 성) 을 '배반'한다. 비록 강쇠와 옹녀의 사랑놀이는 과장되게 표현됐지만 만화적 상상력만큼 난삽하거나 무절제하지는 않다.

옹녀가 승려.초랑이.가객.사물패 등의 갖은 유혹을 물리치고, 그들과 함께 죽은 강쇠를 해원(解寃) 하는 장면에서 지순한 사랑은 특히 강조된다.

내용 외적인 면에서도 '변강쇠전'의 예술성은 이전의 마당놀이와 격을 달리한다. 깔끔한 의상에다 차분하면서도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이동식 무대세트는 기발하며, 음악 또한 창작곡 위주로 재편해 현대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랄까, 그런 음악이 배우들의 입으로 노래되어질 때 착 달라붙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강쇠전'의 스타는 여전히 '1윤2김(윤문식.김종엽.김성녀) '이었다. 아직은 구성지며 천연덕스러운 이들을 능가할 차세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미추의 마당놀이는 당분간 이들의 독무대일 게 뻔하다.

이들의 연기가 못해서가 아니라, 보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 후속 세대의 발굴은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1월 6일까지 정동이벤트홀.

02-2004-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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