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名가드 강동희 "나이는 못속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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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모비스 오토몬스의 이번 시즌 성적은 실망스럽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시절의 영광을 기억하는 골수팬들이라면 지난 3일 현재 6승8패로 공동 6위에 처져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김영만이 부상으로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토몬스가 승률 5할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점은 놀랍다.

전력으로 보면 베테랑 가드 강동희가 버티고 막강 공격력의 딜론 터너가 골밑을 휘젓고 있는 등 정상을 넘볼 만하다.

문제가 뭔가? 오토몬스 박수교 감독은 딱 잘라 "강동희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체력이 달리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데다 개인기록만 너무 의식해 팀플레이에 허점을 보인다는 얘기다. 강동희 매니어들이라면 펄쩍 뛸 일이다.

강동희는 14경기에서 경기당 8.7어시스트·1.6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흠잡을 데 없다. 어시스트 개수는 프로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치고 스틸은 지난 시즌 수준, 턴오버는 가장 적다.

상대팀 카운터 파트너와 대결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동양 오리온스의 '떠오르는 별' 김승현과의 대결에서도 우세했다. 22득점·12어시스트로 15득점·11어시스트에 그친 김선수를 앞섰다.

그러나 박감독의 지적은 수치 밖의 내용들이다. "수비를 하지 않는다(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당 2개 가까운 스틸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건 진정한 수비가 아니다"는 것이 박감독의 주장이다. 박감독은 누구든 원하면 강동희를 제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두개 정도 스틸을 내주는 것은 '통행세'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감독은 강선수의 약점으로 '볼을 빼앗을 줄은 알지만 멈추게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포인트 가드를 돌파하면 다음부터 패스는 공격하는 팀 가드의 뜻대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가드로 꼽혔던 박감독의 눈에는 이런 약점이 너무 크게 들어오는 것이다. 박감독은 원인도 알고 있다.

체력이 달린다는 것이다. 최근의 허재(삼보 엑써스)가 보여주듯 노장 선수들은 공격에서는 그런대로 제몫을 하지만 수비에서 구멍을 낸다.

백코스를 못해 상대팀에 속공을 허용하거나 자신의 마크 대상을 따라다니지 못해 쉽게 점수를 허용한다.

오토몬스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의 불명예를 씻겠다고 다짐하지만 여러 팀이 오트몬스를 상대로 전력투구, 승수를 챙기려 하고 있다. 오토몬스에는 엄청난 위기다.

이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는 강동희의 분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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