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살리기 … 그룹 차원서 1조 규모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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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두산그룹이 계열사인 두산건설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먹거리를 떼어주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조원가량을 새로 수혈하기로 했다.

 두산건설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방식을 통해 45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5700억원 상당(현금자산 4000억원 포함)의 배열회수보일러사업(HRSG)을 두산건설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건설 지분은 두산중공업이 72.74%, 박용곤 두산건설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가 5.73%를 갖고 있다. 여기에 두산건설 측이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15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두산건설은 단번에 1조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하게 된다. 이렇게 구한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등 약 1조원 상당의 부채를 갚는 데 쓸 계획이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외에 추가로 신주를 발행해 HRSG 인수대금조로 두산중공업에 넘겨줄 예정이다. HRSG는 복합화력발전소의 핵심 장치로 두산중공업은 이 분야 세계 2위 업체다. 두산건설은 현금 지원과 차세대 먹거리를 동시에 받는 셈이다. 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대주주인 만큼 이번 조치를 통해 건설이 안정돼야 중장기적으로 중공업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이 대대적인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온 것은 건설에서 시작된 위기설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그룹 수뇌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산건설 김주열 홍보부장은 “당장 그룹 지원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당분간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을 둘러싼 자금위기설이 번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말부터다. 당시 이 회사가 연간 매출액과 비슷한 2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경기도 고양시에 지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59층 9개 동, 2700가구 규모) 분양에 실패하면서다.

황정일·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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