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경기 중 정전 … CBS는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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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광고 장면

3일(현지시간) 2013년 프로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보울이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수퍼보울은 지난해 미국에서 1억60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8억 명이 지켜본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이날 경기 후반 3쿼터 시작 직후 경기장 절반이 암흑으로 변했다. 경기는 34분이 지나서 재개될 수 있었다.

 정전이 경기 결과를 바꿔놓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날의 최대 피해자는 관중과 시청자들이었다. 그럼 최대 수혜자는? 경기를 독점 중계한 CBS방송이었다. 정전으로 방송시간이 연장되면서 추가 광고를 내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우디도 반사이득을 봤다. 경기가 열린 뉴올리언스 메르세데스-벤츠 경기장이 정전되자 아우디는 트위터로 ‘벤츠 구장에 LED 좀 보내드려야겠다’는 야유를 날려 수많은 리트윗을 받았다.

 한국 기업들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날 “한국이 2013년 수퍼보울 광고를 지배했다”고 보도했다. 수퍼보울이 인기가 있는 만큼 광고는 글로벌기업의 각축장이 된다. 올해 30초짜리 평균 광고비는 지난해보다 8.6% 오른 380만 달러로 초당 1억4000만원에 달했다. 37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 광고전에 한국에선 지난해에 이어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가 뛰어들었다. 싸이도 견과류 피스타치오 광고에 등장해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춤과 노래를 한국말로 불렀다.

 현대차는 개막공연 후원사로 나서 폐막공연을 후원한 도요타를 압도했다. 개막공연은 정규방송에 계속 중계된 반면 폐막공연은 인터넷에만 방송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전을 비꼬는 광고를 내보내 화제가 됐다. ‘수퍼보울’이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혹은 볼티모어 ‘레이븐스(갈가마귀)’란 단어를 썼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한 직장상사가 엄하게 입단속을 시킨다. 그러자 직원들이 수퍼보울을 ‘빅게임’으로, 포티나이너스는 ‘50 빼기 1 팀’으로, 레이븐스는 ‘검정 새 팀’으로 바꿔 불러 배꼽을 잡게 했다.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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