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도 할말 있다|못 듣고 못 보는 뒷자리 앉혀둘 부모가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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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YWCA에서는 국민학교 자모들을 초청하여 자녀교육을 위한 자모들의 바른 역할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5일 하오2시 동회강당에서 가졌다.
서울시내 8개의 공·사립학교의 자모 19명과 아동 심리학자 주정일 여사 및 김기석 교수가 참석한 이 좌담회에서는 소위 치맛바람이라고 말하는 자모들의 지나친 활동은 잘못이지만 그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 요인은 의무교육이 너무 엉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서 E국민학교의 경우를 들어 학교교육이 제대로 된 곳은 치맛바람이 있을 수 없다는 등 자모들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고 앞으로는 그릇된 자모들의 활동을 시정하고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해 힘이 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자모들의 중요발언들.
▲한 교실에 90명, 백명을 두고 2부, 3부제가 있는 한 자모들의 활동은 없어지기 어렵다. 교실을 먼저 짓고 선생들의 대우를 제대로 해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 어머니가 선생님 얼굴도 보이지 않고 음성도 안 들리는 뒷자리에만 앉아있는 아이를 본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자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선생들의 후생비다. 생활이 되지 않아 과외공부를 늦도록 시키고 피곤한 얼굴로 수업에 나서는 선생을 보고 자모들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제자식 몸 약해지고 인간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몰라서 입시공부를 시키는 것은 아니다. 1류가 아니라 2류 정도라도 입학이 되어야 겠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동교육의 풍토를 바로잡는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20년이 되도록 입시방법 하나 통일 못하고 있다. 이제 6학년 교과서에서만 문제를 낸다지만 믿을 수 없다.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르니까.
▲국가예산에서 교실을 늘릴 가망이 없다면 차라리 자모들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여 능력 있는 부형에게서 기성회비를 받아 교실을 늘리고 후생비를 거두어 선생들이 성의 있는 교육자가 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의무교육을 제대로 못할 바에야 어떤 비상 대책이라도 써서 아이들을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학교 교육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극성스런 자모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모들을 일체 학교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국민학교에서는 아동교육과 함께 자모교육을 위해 월례강좌를 갖는다. 아무런 부작용 없이―.부러운 사실이다. 그것은 학교와 자모가 협력하면 정상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동교육에 피해를 주는 음성적인 자모들의 활동을 아동교육정책에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향하고싶다. 어쨌든 자모들은 지금의 의무교육을 앉아서 방관할 수는 없다. 당국에서도 자모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자모의 제언을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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