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흐린 예방 행협·월남 얽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딘·더스크」미국무장관이 이동원외무장관 초청으로 오는 8일 우리 나라를 방문, 27시간 머무르면서 박정희대통령, 정일권국무총리, 이동원외무장관과 일련의 회담을 갖는다.
「러스크」장관의 이번 방한은 지난번 ??주「캔버라」에서 열린 동남아조약기구각료회의 및 「앤저스」각료회의와 지난 5일부터 동경에서 열리고있는 미·일 합동경제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우리 나라를 들르는 다분히 의례적 방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만「하노이」「하이퐁」폭격으로까지 발전한 월남문제 등 동남아의 새로운 정세대처 및 「시토」에의 한국가입 가능성에 관한 서로의 정보교환과 타진이「러스크」씨와 한국정부수뇌들 사이에 논의될 의제들로 관측되고 있을 뿐이다. 27시간에 불과한「러스크」장관의 체한 기간 중에 한국 측이 어떤 정치적 타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액센트」를 두고있는 것은 지난 15년 동안 끌어온 한·미 행정협정의 재교섭 문제이다.
월남파병과「아시아」·태평양지역각료회의에서 얻은 국제적 위신향상의 여세를 몰아 15년간 끌어온 한·미 행정협정을 보다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해 보자는 것이다. 이동원 외무장관은 5일 한·미 행정협정을 두고 우리측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는 지금까지의 교섭결과를 파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인에 응하지 않겠다고 미국정부에 대해 전례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1)형사재판 관할권 중 제1차 관할권을 원칙적으로 우리측이 갖고 미측의 요청이 있을 때 이를 포기하며 (2)노무조항에 있어서는 군사상 필요성은 인정하되 한국의 노동법규를 지키지 못 할 때는 반드시 합동위 에서 사전협의 하도록 하고 (3)민사청구권의 발효시기는 서울과 지방이 동일하게 협정발효와 동시에 적용토록 하는「나토」형으로 보완하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이 외무는 행협 문제를「러스크」장관과 정치적으로 타결 지을 방침이나 미국 측은 타국과의 관례 때문에 선뜻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측의 성의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러스크」장관의 이번 아주 순방에는 호·「필리핀」·한국 등 월남참전국들이 모두 포함돼있어 지난1일「러스크」장관이 호주「캔버라」에서 시사한바 있는 월남참전국회의의 소집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러스크」장관은 우리정부 당국자들과 월남문제 해결방안과 한국군 증파가능성도 토의할 것으로 보이나 우리정부는 미국의 월남정책이 보다 강경해지고 확고할 것을 촉구하고 증파문제는 우리정부 당국자들이 수 차례에 걸쳐 불가능함을 표시한 것으로 보아 오히려 미국정부에 다른 우방으로부터 파병을 교섭하도록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러스크」장관의 아주 순방의 시기가 미국이「하노이」「하이퐁」지역을 폭격한 직후라는「타이밍」으로 보아 미국의 월남정책이 확고함을 재확인하고, 지난번「캔버라」에서 열린「시토」각료회의에서 한국의 가입문제가 논의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한국의「시토」가입문제도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