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국립묘지 묘소 차별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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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대전현충원 주변에 사는 시민이다. 이곳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는 데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안치된 곳이란 특별한 분위기도 있어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찾는 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찬찬히 묘소들을 둘러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장성들의 묘소는 크고 넓게 단장돼 있는 반면, 일반 사병들의 묘소는 비석 하나만 달랑 있고 너무 단출하게 꾸며져 있는 것이었다. 좀더 알아보니 장성들은 매장을 하고 사병들은 화장을 하기 때문에 묘소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우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정신이 이등병이라고 해서 장군보다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 묘소의 차별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군 장성이면 사회 지도층인데 화장문화 정착에 솔선수범하지 않고 매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온 국토가 무덤으로 뒤덮이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요즘 국립묘지의 운영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계급의 차이를 표현하고 싶다면 비석을 활용하는 것으로만도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ID:5월의 신화.인터넷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