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줄리메컵과 FIFA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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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의 상징으로 전 세계 축구인들의 보물로 통하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지금까지 2종이 제작됐다.

오는 12월1일 2002 월드컵축구대회 조추첨식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 전달하는 'FIFA월드컵'과 기구한 운명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리메컵'이 그것이다.

월드컵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메가 월드컵에 대한 애정과 정열을 담아 초대 우루과이월드컵 직전 사재로 제작한 줄리메컵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승리의 여신이 조각된 높이 35㎝, 무게 3.8㎏의 줄리메컵은 첫 월드컵 트로피란 상징적 의미가 워낙 컸던 데다 윗쪽 접시 모양이 순금으로 만들어져 절도의 표적이 됐다.

수난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시작됐다.

3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가 줄리메컵을 보관하던 중 전쟁이 발발하자 바라시 이탈리아축구협회 부회장은 강탈을 막기 위해 트로피를 구두상자에 넣어 침대 밑에 감춘 데 이어 전쟁 종료까지 땅속에 묻어두기도 했다.

66년에는 월드컵을 유치한 잉글랜드가 전 대회 우승국인 브라질에 있던 이 컵을 가져다가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전시하고 있던 중 도난을 당했다.

수사에 착수한 런던경시청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으나 너무 엉뚱하게도 잡종개가 컵을 찾아낸 것이다.

혈통도 없는 피클즈란 이름의 개가 주인 집 뒷마당을 파다가 컵을 찾았고 경찰은 집주인 에드워드 베츨리를 추궁한 끝에 절도 사실을 자백받았다.

수난은 계속돼 70년 멕시코월드컵을 제패, 통산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구보존하게 된 브라질이 관리를 소홀히 한 바람에 83년 또 다시 도둑을 맞았다.

브라질 경찰의 전방위 수사에도 불구, 행방은 묘연했고 이후 도둑들이 컵을 녹여 판 것이라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브라질은 대신 복제품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으나 지구촌 축구팬들은 각국 선수들의 환희와 땀이 배인 진품 줄리메컵을 볼 수 없다는 데 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FIFA컵은 74년 서독월드컵에 앞서 이탈리아의 조각가 가자니가의 디자인으로 베르토니에 의해 제작됐다. 두 명의 선수가 지구를 떠받치는 형상의 이 트로피는 높이36㎝, 무게 4.97㎏으로,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나선형으로 뻗어 올라간 선은 세계를 제패하려는 기상을 상징하는 데 전체적으로 생동감을 주고 있다.

진품 FIFA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소유로 바뀌었다. 월드컵 대회 우승팀에는 실물보다 약간 작은 금 도금의 모조품이 주어진다.

줄리메컵이 도난으로 사라진 이후 FIFA가 규칙을 변경, 월드컵을 3회 제패하더라도 진품을 영구 소장하지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FIFA컵 밑바닥에는 역대 대회 우승국의 이름을 새겨넣는 17개의 명판이 있는 데17회 대회가 열리는 내년이면 모두 채우는 것으로 알려져 세번째 트로피 탄생이 기대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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