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룰 탓 … 학생 장사 한 포항대, 부실 대학서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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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신입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립전문대 포항대(중앙일보 1월 29일자 12면)가 지난해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되는 대학 명단에 포함돼야 했으나 지역상한제(일명 ‘30% 룰’) 때문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부실 대학이 지역 간 형평을 이유로 구제된 셈이어서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9월 전국 337개 대학(전문대 139곳 포함) 중 43곳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4년제 대학 23곳과 전문대 20곳이 여기에 포함됐다. 재학생 충원율·취업률 등 8개(전문대는 9개) 지표로 상대평가를 해서 하위 15% 대학을 추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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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 대학 선정 작업은 교과부 공무원과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이영선)가 담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포항대는 하위 15% 대학에 포함됐으나 ‘30% 룰’ 덕분에 구제됐다”고 말했다. ‘30% 룰’은 시·도별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의 재학생 수가 해당 시·도 전체 대학 재학생의 30%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위 15%에 든 전북의 전문대 2곳도 이 조항에 의해 구제됐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 이듬해 1년간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의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부실한 사립대들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중 부실이 특히 심한 곳은 신입생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이후에도 대학 부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교과부가 학교폐쇄 명령을 내려 퇴출시킨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부실 대학 구조조정 절차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간 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과 관련해 수도권 대학들은 ‘억울하게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하위 15% 선정은 수도권·지방 구분 없이 하위 10%를 선정한 뒤 나머지를 수도권과 지방별로 뽑고 있다. 수도권 대학을 한두 곳씩 넣어 지방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 관계자는 “부실이 심한 지방대를 구제해 주는 30% 룰은 불합리한 만큼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대는 2008년부터 인근 고교 교사들과 돈거래를 하며 신입생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을 많이 모집하면 재학생 충원율이 높아져 교과부 교육역량강화사업 같은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포항대는 2010년 34억원, 2011년에는 31억원을 지원받았다. 감사원 감사 등으로 포항대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포항대 사건을 계기로 전문대 교육역량강화사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전문대는 139곳인데 지난해에만 82개 대학이 2330억원(평균 28억원)을 지원받았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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