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작가' 장정일 해부

중앙일보

입력

"1990년대의 감수성을 가장 제대로 표현한 문화적 전위(前衛) 다."

"사회의 평균적 도덕에 반하는 음란한 소설을 써내 구속된 작가일 뿐이다."

소설가 장정일(40) 씨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이다. 평단의 경우도 그의 감수성에 후한 점수를 준 사람이 있었던 반면 포스트 모더니즘의 외투를 입은 상업성 짙은 작가라는 혹평도 잇따랐다. 그의 등장은 그만큼 낯설고 파격적이었으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대를 자극하며 이후 여러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는 시.소설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장정일 효과'를 문학평론가.전직 문학담당 기자.영화평론가.변호사 등이 '찬(贊) 장정일' 시각에서 분석하고 재조명한 책이다. 여기에 장씨가 요즘 세태에 대한 단상을 쓴 '아무 뜻도 없어요'와 시나리오 '보트하우스'를 실었다.

필화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슬그머니 문학 담론의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문제 작가에 대한 분석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환영할 일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술 취하면 아무 말없이 자리를 뜨는 술자리 습관, 신용카드와 휴대폰을 사양하는 대신 음악CD와 그림 구입 등 필요한 데는 과감히 투자하는 돈쓰는 방법 등에서 장정일의 파격성과 나름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적 면모에서 출발한 책은 작가론에 이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분석한다.

장씨는 요즘 그가 나고 자란 대구에 기거하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문단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책과 영화를 보며 하루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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