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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에 뿔난 환자들 "더 낸 약값 2조 내놔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의약품 리베이트 논란에 환자와 소비자단체도 가세했다. 리베이트로 비싼 약값을 지불해 손해를 입은 만큼 해당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제약사들이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지급해 약값이 비싸지고, 필요 없는 약을 처방해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의약품 리베이트로 환자들은 본인부담금의 10~20%정도를 더 부담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환자들 "3회 이상 리베이트 적발 제약사 불매운동도 불사"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은 국내 최초로 의료소비자들이 모여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1차 민사소송 대상 제약사와 의약품은 ▲동아제약(스티렌·가스터·오팔몬) ▲대웅제약(푸루나졸) ▲JW중외제약(가나톤·뉴트리플렉스) ▲한국MSD(칸시다스·코자) ▲GSK(조프란) 등 5곳 8개 품목이다. 품목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정부에 적발된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의약품리베이트 관련 첫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영 정책국장은 "제약사들의 자료보관 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2009년 이후 적발된 회사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기관에서 가격 경쟁력 있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구매하는 것을 방해하고 고가약을 처방하거나 과잉진료를 유도한다"며 "이로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의료소비자(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쉽지 않겠지만 적극 감시해보자는 취지에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2007~2012년까지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적발된 제약사 중 규모가 큰 제약사의 대표품목을 선정해 추가 민사소송을 진행한다는 것. 이미 ▲한미약품(아모디핀) ▲유한양행(나조넥스) ▲한올바이오파마(레포스포렌) ▲태평양제약(판토록) ▲한국얀센(파리에트) ▲한국노바티스(디오반) ▲사노피아벤티스(플라빅스) ▲녹십자(디오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도 리베이트가 환자 본인부담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의 소송참여도 독려하기로 했다. 또 3회 이상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에 대해서는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베이트 환자 손해액 연간 2조 이상으로 추정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로 적발됐을까. 기준이 되는 것은 200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다. 당시 공정위는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매출액의 20%가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국내 제약사의 평균 판매관리비 비율은 매출액의 35.2%(2005년 기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환자들의 손해액을 환산하면 연간 2조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의 분석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2005~2009년까지 3년간 의약품 리베이트로 약 3조 2514억원의 손실을 소비자(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안기종 대표는 "막대한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을 의료소비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가 부당하게 부담해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정단한 약값으로 둔갑한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을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먼저 환급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구고령화와 고가 항암제, 첨단 의료기술 개발 등으로 부담이 높아져 더이상 건보재정 낭비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효과가 미미한 것도 이들이 움직인 계기가 됐다.

현행법상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리베이트로 확정되면 약사법상 유통질서유지 위반으로 제약사는 판매업무정지 1개월에서 최대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는다. 또 리베이트 적발업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고객유인행위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탈세의 정황이 포착되면 국세청 세무조사도 감당해야 한다. 의료인 역시 2010년 11월 이후부터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로 리베이트 수수 규모에 따라 면허가 정지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감사원은 "리베이트 단속에만 열중하고 단속결과를 행정처분 기관에 통보하지 않아 대다수의 제재조치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또 단속결과를 통보 받은 후에도 처분대상이 많다는 이유로 행정처분 대상을 축소하는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실제 검찰이 보건복지부에 처벌해달라고 통보한 의사 3134명 중 2~12개월의 면허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은 사람이 172명에 불과했다. 적발한 의사 역시 활동 중인 의사 8만 5600여명의 4%에 불과하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후속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의약품 리베이트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해외서도 글로벌 제약사 대상 환자·시민단체 리베이트 소송

해외에선 어떨까. 의약품 리베이트를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보건의료사기(health care fraud)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1996년 건강보험 편이성 및 책임성에 과한 법률(HIPA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을 적용한다.

부당이익에 대한 환수도 연방정부·주정부 차원에서 진행한다. 이를 위한 전문 기구도 보건부내 감찰부를 마련 운영할 정도다. 이 기구는 법무부와 검찰과 공조해 보건의료사기에 대한 손해배상과 민형사 소송을 진행한다. 미국 보건부가 최근 8년(2005~2012년) 동안 보건의료사기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한 금액만 약 20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한다.

리베이트로 대표되는 보건의료 사기 행위 손해배상을 위한 민관 합동기구도 있다. 주인공은 전미 반보건의료사기 연합(NHCAA: National Health Care Anti-Fraud Association)이다. 이 기구는 2011년 캐나다·유럽 등의 기구들과 전세계 연맹을 결성했다.

제약사를 상대로 환자·소비자 단체가 직접 소송하는 경우도 있다. PAL(Prescription Access Litigation)이라는 단체로 미국 36개 주의 130여개 단체(소비자, 노동자, 법률회사 등)로 구성돼 있다. 약 30건 이상의 집단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제약사 등으로부터 약 6억 달러를 합의금으로 환수했다.

PAL이 제기한 대표적인 소송으로는 AWP(Average Wholesale Price) 책자가격을 발행하는 두 회사 First Databank와 Medispan을 상대로 한 소송이다. 이들은 약제 도매상과 공모해 책자가격을 임의로 높게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제약사의 이익을 챙겨준 것. AWP는 1990~2004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 약가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서 지급하는 약제 보험급여비용을 병의원에 지급할 때 사용된다. 제약사들이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실거래가는 AWP로 환급받는 식으로 환자에게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후 소송을 통해 2009년 387개 의약품 약값이 인하됐다. 이로 인한 약제비 절감액이 약 10억 달러라고 알려졌다.

관련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현재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제3보험자, 환자들은 연합해 42개 제약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에는 애보트,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아벤티스 그룹, 박스터, 바이엘, BMS(비엠에스), J&J(존슨앤존슨) 그룹, GSK 그룹,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다만 소송 규모가 워낙 커 전체를 정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수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있다. 미국 법원 역시 보험자가 AWP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약제비가 실거래가와 차이가 나는 겨우 보험자는 부당하게 지출한 약제비 상당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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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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