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날카로운「카메라·워크」| 「초우」(정진우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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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판 「줄리앙·소렐」이랄까. 명문가의 배우자를 만나 출세의 길을 트려는 야심적인, 그러나 허황한 청년상을 부각시킨 정진우 감독 작품. 세련된 「플러트」와 함께 아름다운 영상미가 눈을 끈다. 불란서 대사댁 식모로 있는 문희는 불란서제「레인코트」를 걸친 덕분으로 자칭 사장아들이라는 신성일을 만난다. 세차공인 신은 그녀를 대사 딸인 줄로만 안다. 비 멎기를 기다리며 갖는 이들의 「데이트」는 서로의 허세 속에서 무르익는다. 그러나 연애자금마저 쪼들리는 이들의 관계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대저택의 권태로움, 강렬한 태양, 처절한 폭우 속은 짙은 「러브·신」등 꽤 날카롭다. 그러나 그 지겨운 「뮤직·홀」은 왜 자꾸 들먹이는 것일까. 이 영화에서 신인 문희양이 보인 「나이브」하면서도 음영 짙은 연기는 그녀의 앞날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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