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인하 반영 왜 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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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가 국내 유가 인하에는 인색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기름값이 오를 때는 득달같이 따라가던 정유사들이 내릴 때는 뒷짐지고 배짱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많다.

국제 유가는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잠시 뛰다가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우려로 9월 초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 도입 유가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9월에 배럴당 평균 24.16달러에서 최근에는 17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10월에 가서야 국내 유가 조정을 시작, 어제까지 세차례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인하폭은 ℓ당 지난 9월 1천1백90~1천2백원에서 현재는 40~50원 내린 1천1백50원으로 원가(세금을 제외하면 ℓ당 3백48원)의 15%도 넘지 못해 국제 유가의 인하폭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더구나 정유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매 가격과 유통 경로 등에 대한 예비조사에 나서자 마지 못해 추가 인하에 나서는 속내를 드러냈다.

정유업계는 공장도 가격에는 각종 세금이 70%선을 차지해 국제 유가의 내림폭만큼 이를 피부로 실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원가도 수송비와 보험료 등 고정비용이 포함돼 있어 일률적인 계산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가 인상 때의 발빠른 움직임에 비하면 말이 안되는 것은 여전하다.

기름값 인하에는 복수폴제가 시행되면서 가격에 주도권을 쥐게 된 주유소들의 탓도 적지 않다. 실제 상당수 주유소들은 공장도 가격 인하폭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주유소 평균값은 두달 새 ℓ당 25원 정도 내렸을 뿐이다.

유가 인하는 물가 안정은 물론 요즘 같은 경기침체에 제조 원가 하락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연동제라면 국제가격을 제 때에 반영해 주는 게 원칙이다. 당국은 업계에만 맡기지 말고 담합 여부 등을 철저히 가려 유가 인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소비자들도 한푼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노력을 해야 가격 경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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